16. 생명의 흐름과 재생(再生) 그리고 무아(無我)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어머니 자궁 안에서 태아로 형성되려면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세 가지란 ①모체의 월경, ②부모의 성교(여성의 난자ㆍ남성의 정자), ③간답바(gandhabba)이다.
일반적으로 간답바(gandhabba)는 빨리(Pāli) 삼장에서 세 가지의 의미를 나타낸다.
①사대왕천(四大王天, Cātummahārājika)에 있는 신들이다.
이들은 가장 하위계급의 천인들로 천상의 음악가이다. 이들은 사대왕천의 동쪽에 거주하며 지국천왕(持國天王, Dhataraṭṭha)의 통치를 받는다. 본문에 나오는 간답바는 바로 이 천상의 음악신을 가리킨다. 한역하여 건달바(乾達婆)로 음역되었고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자를 뜻하는 건달(乾達)이라는 우리말도 여기서 나왔다.
②향기(gandha)나는 곳에 사는 신을 뜻한다.
상윳따 니까야(S.iii.250f)에 따르면 간답바의 신은 나무의 뿌리나 껍질이나 수액이나 꽃의 향기에 거주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③잉태될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 즉 재생연결식(再生連結識, paṭisandhi-viññāṇa)이다. 중생들은 의도적 행위 즉 업에 의해서 죽은 다음에 반드시 재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다시 태어나야만 하는 존재’,‘잉태될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주석서에서는 이 간답바를 재생연결식(paṭisandhi-vinñāṇa)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간답바(gandhabba)는 재생연결식(paṭisandhi-vinñāṇa)으로 깜마 웨가(Kamma-vega)라고 하는 업력(業力, Kamma-energy)의 의미이다.
업력(業力)은 임종하는 사람의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 방출된다. 부모는 단지 태아의 몸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육체적 요소만을 제공해 줄 뿐이다. 태아 속에 잠재해 있는 성격상 특성, 성향과 능력들에 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삶에 매달리다가 죽는 순간에 업력(業力)을 방출하는데 이 업력은 수태 준비가 된 새 어머니의 자궁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찾아든다. 업의 힘이 난자와 정자에 충격을 주면서 거기에서 하나의 응결체로서 소위 원생세포가 생겨난다.
이 과정은 말을 할 때 생기는 공기진동의 작용에 비교될 수 있다. 공기진동은 다른 사람의 청각 기관에 부딪쳐 순전히 주관적 느낌인 소리를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소리 감각이 옮겨 간 것이 아니라 단지 공기진동이라는 힘의 이동만이 일어났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죽어 가는 사람이 방출한 업력은 부모가 마련해 준 질료에 작용하여 새로운 태아를 잉태해 낸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혼(魂) 혹은 영혼(靈魂)이나 어떤 실체가 옮겨간 것이 아니라 단지 업력(業力) 즉 업 에너지가 전달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삶은 과거의 업에 상응하여 나타난 것이며 미래의 삶은 현재의 업에 상응하여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옮겨 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고따마 붓다의 가르침 > 다나상가(Dānasaṅgha)담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윤회의 법칙 (0) | 2017.06.13 |
---|---|
17. 윤회(輪廻)의 진실 (0) | 2017.06.13 |
15. 재생연결식(再生連結識) 그리고 바왕가 (0) | 2017.06.13 |
14. 죽음과 죽음의 마음 (0) | 2017.06.13 |
13. 행위자(업을 짓는 자)와 경험자(업의 과보를 받는 자) (0) | 2017.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