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죽음과 죽음의 마음
청정도론(淸淨道論, Vis.VⅢ)에 따르면 죽음의 위험이 언제나 우리를 넘보고 있음을 상기하거나, 그 죽음의 공포에 자신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숙고하며, 혹은 남들의 죽음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되돌아보는 등으로 죽음에 대해서 숙고를 하면 죽음을 맞아서도 당황하지 않고 공포에 떨지 않으며, 살아서 불사의 경지를 못 이루면, 죽어서 좋은 내생을 맞는다고 한다.
그러면 죽음(maraṇa)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냐나띨로까(Nyanatiloka) 스님은 그의 저서 「Buddhist Dictionary」에서 죽음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한 생의 한정된 생명기능[jīvitindriya, 명근(命根)]이 끝나는 것이고, 동시에 인습적으로 사람, 동물, 개인, 자아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생명체의 정신과 물질 현상의 소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죽음이란 순간순간 생겨난 정신과 물질의 결합이 순간순간 계속 분해되고 사라지는 것이며, 따라서 죽음은 매 순간 일어난다.” [Ven. Nyanatiloka, Buddhist Dictionary, Kandy, BPS, 1980]
한 존재가 생을 마칠 때 일어나는 마지막 마음을‘죽음의 마음(cuti-citta)’이라 한다.
죽음의 마음으로 한 생명의 일생은 끝난다. 그리고 죽음의 마음이 멸하면 생명기능[명근(命根),jīvitindriya)은 끊어져서 육체는 단지 무정물의 덩어리인 송장이 된다.
이러한 죽음의 마음(cuti-citta)은 그 생을 받을 때 생긴 재생연결식(再生連結識)과 그 생의 과정에서의 바왕가1(bhavaṅga)가 가졌던 대상을 대상으로 하여 일어났다가 멸한다. 그렇게 죽은 다음에는 계속해서 재생연결식이, 재생연결식 다음에는 또 바왕가가 생긴다. 이렇게 해서 윤회하는 중생에게 마음의 흐름(citta-santāna)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아라한과를 증득한 성자는 죽음의 마음과 더불어 윤회가 모두 종식된다.
- 바왕가(bhavaṅga) : 바왕가(bhavaṅga) 혹은 바왕가의 마음(bhavaṅga-citta)은 한 개체의 존재 영속성을 유지시키는 마음, 즉 존재지속심이다. 그래서 영역하여 life-continuum으로 옮기고 있고 한역하여 유분(有分), 유분심(有分心), 유분식(有分識)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우리의 인식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아주 미세하고 수동적인 마음으로 서양 심리학의 용어로는 잠재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의식이 없어 보이는 깊은 잠속이나 기절했을 때도 이 바왕가는 흐르고 있다. 이 바왕가는 끊임없이 흐르기에 항상 강이나 흐름에 비유되며 ‘바왕가의 흐름’, ‘잠재의식의 흐름’, ‘잠재의식적 생명의 흐름’이란 뜻으로 바왕가소따(bhavaṅga-sota), 또는 바왕가산따띠(bhavaṅga-santati)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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