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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분 고따마 붓다/고따마 붓다의 생애

제3장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 1. 수자따의 우유죽

moksha 2017. 5. 13. 22:26

제3장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

 

1. 수자따의 우유죽

 

동녘이 밝아올 무렵, 보살은 새 길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걸식하기 위해서는 옷부터 바꾸어 입어야 했다. 몸을 가리던 누더기는 너무 낡아 속살도 채 가리지 못했다. 묘지에 버려진 옷들을 주워 우루웰라(Uruvelā)1의 연못으로 갔다. 빨래터 여인들이 힘겹게 다가와 옷감을 물에 적시는 보살의 모습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옷을 제게 주십시오, 빨아 드리겠습니다.”

보살은 손을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스스로 할 일입니다.”

보살은 시체의 피고름이 묻은 옷을 빤 뒤 언덕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고행으로 야윈 다리는 낮은 언덕을 오르기도 버거웠다. 물의 여신이 발목을 붙잡기라도 한 듯 휘청거렸다. 때마침 불어온 훈훈한 바람에 언덕 위 나무가 가지를 드리웠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언덕을 오른 보살은 강변 그늘에서 분소의(糞掃衣)를 말렸다. 그러자 출가자에게 어울리는 옷이 되었다. 아침을 지으러 여인들이 연못을 모두 떠나고 난 뒤. 보살은 천천히 일어나 마을로 들어갔다.

그 무렵, 장군의 딸 수자따2(Sujātā, 선생善生)는 심상치 않은 꿈을 꾸었다.

“수자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에게 최초의 공양을 올릴 기회를 놓치지 말라.”

토지신(土地神)의 목소리는 수자따의 귓전에 쟁쟁했다. 수자따는 정성스럽게 소젖을 짜 일곱 번을 끓인 다음, 정수만 골라 새 그릇에 새 쌀과 함께 다시 끓여 죽을 만들었다. 죽이 만들어지자 깨끗한 발우에 담고 향수와 꽃으로 장식한 좌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시녀에게 말했다.

“문 앞에 있다가 걸식하는 수행자가 나타나거든 집으로 모셔라.”

조용한 거리 저쪽에서 볼품없는 천을 두른 한 수행자가 나타났다.

토지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안 수자따는 무릎을 꿇고 준비했던 우유죽을 올렸다. 수행자의 손에는 흔한 진흙 발우 하나 없었다. 보살이 말하였다.

“식사가 끝나면 이 발우를 누구에게 돌려줘야 합니까?”

“발우를 드리겠습니다. 뜻대로 하소서,”

보살은 우유죽이 담긴 발우를 들고 우루웰라 마을을 나와 네란자라(Nerañjarā)의 샛강 숩빠띳티따(Suppatiṭṭhita)로 갔다. 강기슭에 발우를 내려놓고는 오랜 세월 다듬지 않은 머리와 수염을 말끔히 자르고, 강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기슭으로 올라와 나무 아래 자리 잡은 보살은 우유죽을 맛있게 먹었다. 우유죽을 먹는다는 것은 숲 속 최고의 고행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위없는 지혜를 기대하고 경외심을 품었던 다섯 수행자는 크게 실망했다.

“고따마는 죽을 만큼 고행하고도 최고의 지혜를 얻지 못하더니, 이제는 좋은 음식까지 탐내는구나. 고따마는 고행을 버렸다. 고따마는 게으른 사람이다. 고따마는 타락했다.”

그들은 손가락질 하며 북쪽으로 떠나갔다.


  1. 우루벨라(Uruvelā) : 붓다가야(Buddhagayā)의 보리수 근처에 있는 네란자라(Neranjarā)강가의 한 지역이다. 부처님은 정각을 이루시기 전의 보살이었을 때에 스승이었던 알라라(Ālāra)와 웃다까(Uddaka)를 떠나 5비구와 함께 6년간의 고행을 하던 장소였다. 나중에 부처님은 고행을 위해 선택한 장소가 쎄나니가마(Senānigāma)라고 말하기도 했다. ▣쎄나니 마을 : 부호 쎄나니가 살던 마을로 쎄나니는 부처님께 우유죽을 공양한 수자타의 아버지의 이름이다. 네란자라 강 언덕 우루벨라 근처에 있었다. [본문으로]
  2. 수자따(Sujātā) : 우루웰라(Urevelā) 근처의 세나니 마을의 지주 세나니의 딸이다. 그녀는 반얀(banyan) 나무의 목신에게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며 아이를 얻으면 우유죽을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소원이 이루어지자 그녀는 해마다 음력 4월 보름이면 보리수의 목신(木神)에게 우유죽을 올렸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날도 그녀는 가장 우유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천신들이 그 솥에 천상의 영양분을 넣었다. 그녀는 하녀 뿐나(Puṇṇā)를 시켜 나무 아래에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날 부처님께서는 고행을 버리고 보리수 아래에 앉아계셨는데 하녀 뿐나는 목신이 직접 현신(現身)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수자따에게 알렸다. 수자따는 너무나 기뻐서 황금발우에 우유죽을 담아 부처님께 가서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음식을 들고 강으로 가서 목욕하고 음식을 드셨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새벽에 일체지를 깨달아 붓다가 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 음식을 드신 후 49일 동안 아무 음식도 드시지 않으시고 깨달음의 즐거움을 누리셨다. 수자따는 야사(Yasa)존자의 어머니라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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