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송 1] 짝쿠빨라 장로(長老)의 이야기

[게송 1] 짝쿠빨라 장로(長老)의 이야기

 

부처님께서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때, 앞을 못 보는 짝쿠빨라 장로가 벌레들을 밟은 일과 관련하여 게송 1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짝쿠빨라 장로는 석 달 동안의 안거를 무사히 마치고 부처님을 뵙기 위해 제따와나 수도원에 도착하였다. 장로는 이날 밤 자신의 걷는 동작 하나 하나에 마음을 집중시키며 경행을 했다. 장로의 정진은 새벽녘까지 계속되었는데, 주위가 어두웠던 탓으로 그만 벌레 몇 마리를 밟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비구 몇 사람이 짝쿠빨라 장로가 머무는 곳에 왔다가 벌레들이 밟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비구들은 짝쿠빨라 장로가 계를 지키지 않은 것을 의심하게 되어 이 사실을 부처님께 보고 드렸다. 보고를 받은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짝쿠빨라 장로가 의도적으로 죽이는 것을 보았는지 여부를 물으셨다.

비구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짝쿠빨라가 의도적으로 벌레를 죽이는 것을 보지 못했듯이, 앞을 보지 못하는 그 또한 벌레들이 거기 있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미 아라한의 도과를 성취한 성자이니라. 그런 그가 무엇 때문에 고의로 생명을 해치겠느냐? 또한 그가 벌레를 죽게 하였더라도 그것은 고의적인 행위가 아니었으므로 그의 계행(戒行)에는 아무런 손상됨이 없느니라.”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짝쿠빨라 장로는 아라한의 도과를 성취할 만한 공덕이 있는 분인데, 어떻게 금생에서는 눈을 보지 못하는 과보를 받았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짝쿠빨라 장로의 전생을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다.

 

짝쿠빨라 장로의 전생은 의사로서, 그때 그는 고의적으로 한 여인의 눈을 멀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 경과는 이러했다. 어느 때 한 여인이 있었는데, 웬일인지 점점 눈이 아프고 어두워져 오므로 눈병을 고쳐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던 끝에 당시 그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금생의 짝쿠빨라 장로)를 찾아갔다. 이때 여인의 마음은 오직 눈이 나아서 고통과 어두움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그것 한 가지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의사가 청하지도 않는 약속까지 해가면서 의사에게 자기의 눈을 고쳐달라고 애원했다. 즉, 만일 의사가 자기 눈을 고쳐주기만 한다면 평생동안 자기는 물론이고 자기의 자녀들까지 의사의 노예가 되겠다고 제의했던 것이다. 여인의 약속에 매우 만족한 의사는 최선을 다하여 약을 지어 주었다. 그 약을 바르자 여인의 눈은 완전하게 치유되었다.

 

그런데 병이 낫자 여인은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는 한때의 성급한 약속 때문에 자기는 물론 자녀들까지 의사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래서 그녀는 의사를 속이기로 마음먹고, 이미 눈이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고 엄살을 부렸다. 그렇지만 여인의 꾀에 넘어갈 의사가 아니었다. 의사는 여인의 눈이 다 나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매우 괘씸하게 생각하여 그때부터 고의로 눈이 머는 약을 발라 주었다. 그러자 여인의 눈은 또다시 나빠지더니 결국에는 영영 아무 것도 보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의사는 이와 같은 행위를 한 과보로 그 뒤부터 태어날 때마다 장님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 그것도 마지막이었다. 그 의사, 즉 지금의 짝쿠빨라 장로는 이제 아라한의 도과를 성취하여 다시는 생을 받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이야기 끝에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정신(마음)이 사실(법)들의 선구이고

정신이 그것들의 최상이고 그것들은 정신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만약에 사람이 오염된 정신(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르리. 수레바퀴가 황소의 발굽을 따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