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공사상(空思想)의 확립
(1)용수의 생애
①용수(龍樹)의 범어명은 나가르주나(Nāgārjuna)인데 그는 2세기경에 남인도에서 출생했으며 그의
모친이 아르주나(ārjuna) 나무 아래에서 출산했기 때문이며, 나가(Nāgā : 龍)의 가르침을 받아 도
를 이루었다는 설화에 근거하여 나가와 아르주나를 합쳐 나가르주나(Nāgārjuna)라고 불린다.
② 용수는 출가하여 소승불교를 독파하고 대승을 배워 만심(慢心)에 차 있었다. 이를 본 마하나가
(Mahānāga)보살이 용수를 용궁(龍宮)으로 인도해 보물창고를 열어 대승경전을 그에게 주었고 그는
90일 동안 공부하여 대승의 심오한 이치를 깨달았다.
(2) 중관 논서 : 용수의 저술
① 중론(中論) : 대표적 저술
② 광파론(廣破論) : 당시의 각종 학파를 비판
③ 회쟁론(廻諍論) : 당시의 각종 학파의 철학적 오류를 지적
④ 십이문론(十二問論) : 중론(中論)에 대한 해설서
⑤ 대지도론(大智度論) :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의 주석서
⑥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 화엄경의 십지품(十地品)을 풀이한 것으로 특히 초지인 환희지(歡喜地)와 제2지인 이구지(離垢地)를 중심으로 대승보살의 수행체계를 해석한 주석서
⑦ 제자인 아리야제바(提婆, 170〜270경)의 저서『백론』, 『사백관론』등
(3) 중관학파(中觀學派)의 성립
① 반야경의 공사상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하는 대승불교의 학파를 중관학파라고 한다.
②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용수(龍樹 : 150~250)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③ 아비달마교학에 내재하는 모순을 지적하고 비판하기 위하여 성립되었다.
④ 반야경의 공사상을 부처님의 무아(無我)와 연기(緣起) 그리고 중도(中道)에 입각하여 중론(中論)을 저술하고 공사상을 체계화시켰다.
⑤ 중관사상의 흐름
초기 | 2세기 | ♣용수가 중론으로 공사상을 체계화 ♣중론은 27품 450여 개의 게송으로 구성됨 ♣제자인 제바(提婆 : 聖天 : 170~270경)에 의해 사상이 계승 |
중기 | 5~6세기 | ♣귀류논증파와 자립논증파로 분리 ♣중관학파가 유식학파를 공격함 ♣청변(淸辯)과 월칭(月稱)으로 대표됨 |
후기 | 7~8세기 | ♣중관과 유식의 융합 시기 ♣유가행중관파가 유식사상을 받아들여 중관학을 재정립 ♣적호(寂護)와 연화계(蓮華戒)가 중심 |
(4) 중관(中觀) 논리(論理)
① 공의 논리:모든 것이 공하다는 점을 논증한다.
② 해탈의 논리:모든 개념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③ 해체의 논리:일상적 사유를 해체시킨다.
④ 반논리(反論理):논리적 사유의 한계를 지적한다.
(5)중도의 두 가지 측면
① 실천적 중도
:불고불락(不苦不樂)과 같이 고행주위와 쾌락주의적 수행관을 모두 비판
② 사상적 중도
:불생불멸(不生不滅), 불상부단(不常不斷), 불일불이(不一不二), 비유비무(非有非無)
중관 논리에서 ‘중도적으로 관찰한다.’고 하는 것은 이 중 후자를 의미한다.
(6)중관학의 사구부정(四句否定)의 논리
모든 판단의 사실성을 비판하며, 상반된 추론을 제시함으로써 어떤 추론의 타당성을 비판한다. 결국 논리적으로 작동되는 우리의 사유 그 자체를 비판한다.
1) 사구백비(四句百非)
①중론(中論)에서 사물에 관해서 그 진상을 알리기 위하여 몇 번이고 부정을 거듭하여 유무
(有無)의 견해를 명백하게 해주는 문답법이다.
②부정개발법(否定啓發法)이라고도 한다.
③사구(四句)는 정립(定立)․반정립(反定立)․긍정종합(肯定綜合)․부정종합(否定綜合)을 말한다.
④유(有)와 공(空)으로 만유제법을 판정할 경우
▶제1구의 유(有)는 정립
▶제2구의 공(空)은 반정립
▶제3구의 역유역무(亦有亦無)는 긍정종합
▶제4구의 비유비공(非有非空)은 부정종합
처음의 2구를 양단(兩單), 뒤의 2구를 구시구비(俱是俱非) 또는 쌍조쌍비(雙照雙非)라고도 한다. 이러한 4구를 몇 번이고 부정하는 것을 백비(百非)라고 한다.
2) 부(富)와 현(賢)의 예
▶제1구:부자나 현명치 못하고
▶제2구:현명하나 부자가 아니며
▶제3구:부자이면서 현명하고
▶제4구:부자도 아니고 현명치도 않다
이 형식을 또한 사구문(四句門) 또는 사구분별(四句分別)이라고도 하는데, 변증법의 한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7) 중론의 게송
이는 중관학파의 근본 사상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게송으로서, 용수가 주창한 공(空, sunya)은 연기성공(緣起性空)이요 따라서 무자성공(無自性空)이며 중도(中道)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인연생법(衆因緣生法) 여러 인연으로 생한 법을 아설시즉공(我說是卽空) 나는 공이라고 말한다. 역위시가명(亦爲是假名) 이것은 또한 가명이고 역시중도의(亦是中道義) 또 중도의이다. 미증유일법(未曾有一法) 일찍이 한 법도 인연으로 쫓아 불종인연생(不從因緣生) 생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시고일체법(是故一切法) 이런 연고로 일체법은 무불시공자(無不是空者) 이 공 아님이 없다. |
(8) 팔부중도(八不中道)
①팔불(八不)이란 불생(不生)・불멸(不滅)・불상(不常)・부단(不斷)・불일(不一)・불이(不二)・불래(不來)・
불거(不去)를 말한다.
②일체존재를 생멸・상단・일이・내거의 4대(對) 범주로 보고 이 4대의 상반된 의미로써 일체 현상이 모
두 자성이 없다는 도리를 밝히고 있다.
③이 8미(迷)를 부정하여 편견을 극복하고 여덟 가지 극단을 떠나게 하므로 이를 팔부중도라 한 것이
다.
④팔불의 구체적 의미
팔불(八不) | 의 미 |
불생불멸 (不生不滅) | ・생멸의 양극단을 부정한 것이다. ・일체법의 생은 인연이 화합하여 나타난 것이며 멸하는 것도 인연이 다 되어 사라지는 것 뿐이다. ・인연의 유무에 따라 생멸이 있게 되는 것인데, 실재적 생멸이 있다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것을 고쳐주기 위해 먼저 생멸을 부정한 것이다. |
불상부단 (不常不斷) | 모든 법은 어떤 것에 연(緣)하여 생하는 것이니 인연의 집산으로 모이고 흩어지고 하는데, 영원히 상주한다거나 단멸한다고 착각하는 극단적인 사고를 타파한 것이다. |
불일불이 (不一不二) | 현상계의 모든 사물은 서로 다르나 그 진리의 본체에서 보면 동일한지라 하나이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하나인데, 영원히 다르다거나 동일하다는 집착을 부정한 것이다. |
불래불거 (不來不去) | 일체중생이 무명망상으로 윤회하여 왔다갔다 하지만 본래 진리의 당체는 오고 가는 체성이 아닌데, 임시로 왔다가 가는 것을 실제의 현상으로 집착함을 타파한 것이다. |
⑤팔불의 이해:곡식의 비유
팔불 | 비유 설명 |
불생 (不生) | 우리 앞에 있는 곡식은 씨(種子)에서 싹이 나와 열매를 맺은 결과이다. 그런데 그 씨는 그 이전의 곡식에서 거둔 것이고 다시 그 이전으로 소급해 올라가서 그 시초(始因)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옛날부터 계속 전해져 내려 왔으니 어느 때 갑자기 있게 된 것-무(無)에서 유(有)가 생긴 것이 아니다. |
불멸 (不滅) | 다음에 지금의 곡식은 이전의 곡식에서 나온 것이나 그 이전의 곡식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만약 없어진다면 지금의 곡식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불상 (不常) | 그러나 이전의 곡식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다. 종자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니 종자는 끊임없이 형태가 변해서 서로 같지 않다. 싹으로 있을 때는 그 씨는 이미 변괴되어 있는 것이다. |
부단 (不斷) | 그렇다고 해서 만물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단절된다면 씨에서 싹이 나오고 곡식이 열리는 그러한 상속은 있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불일 (不一) | 다시 말하면, 종자가 멸해도 싹이 생기므로 단(斷)이 아니고, 싹이 생기해도 종자가 멸하기 때문에 상(常)이 아니다. 그러나 단절이 없다고 해서 만물이 하나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곡식은 씨와 같지 않고 씨는 곡식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
불이 (不異) | 반면에 하나가 아니라고 해서 그것들이 모두 다른 것도 아니다. 곡식의 씨와 싹과 열매는 다른 물건이 아닌 곡식이라는 공통성이 있는 것이다. |
불래 (不來) | 다음에 싹이 곡식에서 나오긴 했으나 곡식 중 싹이 오는 곳이 없다. 어디 딴 곳에서 왔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곡식의 싹이 씨가 아닌 다른 데서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불거 (不去) | 동시에 곡식은 딴 것이 되어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다. |
⑥ 파사현정(破邪顯正)
▶팔불의 중관사상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기치로 한 것이다.
▶팔불로써 집착을 타파하여 공임을 보인 것은 파사(破邪)요, 그리하여 중도를 드러낸 것은 현정(顯
正)이다.
▶현상계는 여러 인연이 화합한 존재로서 인연에 의해 생기기도 하고 인연에 의해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모든 현상에는 고정된 영원불멸한 자성이란 것이 없어 공이다. 현상계의 모든 존재는 가
유(假有)다. 그래서 유는 공을 포함한 유이다. 또 가유라 하는 유는 유이다. 그래서 공도 유를 포
함한 공이다. 따라서 제법은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며 역유역무도, 비유비무도 아니다.
진공묘유(眞空妙有)며 유공중도(有空中道)가 제법실상(諸法實相)이며 실제열반이다.
▶그러므로 있는 데 치우쳐서 집착하거나 없는 데 치우쳐서 좌절하지 않는 삶이 중도 공의 세계이며,
있는데도 집착하지 않고 없는데도 집착하지 않는 정관・정견의 반야행이 해탈・성불의 길임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와 같이 아공(我空)・법공(法空)・구공(俱空)의 공사상이 확립된 후로는 불멸 이후 과제가 되어왔던 법의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반야(般若)의 성취자가 되며 복덕의 구현자가 되는가, 즉 성불이 구경의 관심이 되었고 그 수행법은 구체적인 보살행으로 전개되어 보살행의 계위가 설정되어 갔다. 그리고 그러한 보살행은 중생 속에서 공덕을 지어가는 것으로서 끝없는 원력을 중시하게 되어 중생의 행위는 업(業)에서 원행(願行)으로 바뀌어졌다. 공(空)의 체달이 수행의 방법을 소극적인 번뇌의 소멸에서 적극적으로 공덕을 짓는 행위로 전환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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