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경(Nidānasutta, S12:60)
1. 한 때 세존께서 꾸루 지방에 있는 까마싸담마라는 꾸루족의 마을에 계셨다.
2. 그 때 존자 아난다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가까이 다가와서 세존께 인사를 드리고 한 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한 쪽으로 물러나 앉아 존자 아난다는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3. [아난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이 연기의 법칙이 얼마나 깊고도 심원한 것인지. 세존이시여, 그렇지만 저에게는 완전히 명백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4. [세존] “아난다여, 그렇지 않다. 아난다여, 그렇지 않다. 아난다여, 이 연기의 법칙은 깊고도 심원하다. 아난다여, 이 법칙을 깨닫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뭇삶들은 방치된 편물처럼 뒤죽박죽이 되고 실타래처럼 엉키고 잘못 배열된 갈대나 골풀(문자풀)과 같이 괴로운 곳, 나쁜 곳, 비참한 곳으로 태어나는 윤회를 벗어나기 어렵다.
5. 아난다여, 집착의 대상이 되는 현상에서 즐거움을 보는 자에게는 갈애가 늘어난다. 갈애를 조건으로 집착이 생겨나고, 집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생겨나고, 존재를 조건으로 태어남이 생겨나고,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과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이 생겨난다. 이 모든 괴로움의 다발들은 이와 같이 해서 생겨난다.
6. 아난다여, 예를 들면,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뿌리 들이 밑으로 향하고 옆으로 향하면서 그들 모두가 위로 수액을 빨아올린다면, 아난다여, 이와 같이 그 큰 나무는 그러한 자양분과 양분으로 길고 오랜 시간 동안 성장할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집착의 대상이 되는 현상에서 즐거움을 보는 자에게는 갈애가 늘어난다. 갈애를 조건으로 집착이 생겨나고, 집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생겨나고, 존재를 조건으로 태어남이 생겨나고,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과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이 생겨난다. 이 모든 괴로움의 다발들은 이와 같이 해서 생겨난다.
7. 아난다여, 집착의 대상이 되는 현상에서 해로움을 보는 자에게는 갈애가 소멸한다. 갈애가 소멸하면 집착이 소멸하고, 집착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과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이 소멸한다. 이 모든 괴로움의 다발들은 이와 같이 해서 소멸한다.
8. 아난다여, 예를 들면,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일꾼이 삽과 바구니를 가지고 와서 밑동을 자르고, 밑동을 자른 뒤에 파내고, 파낸 뒤에 그 뿌리와 그 안의 잔뿌리마져 뽑아 버리고, 그 나무를 토막토막 자르고, 토막토막 자른 뒤에 부수고, 부순 뒤에 조각내고, 조각 낸 뒤에 바람이나 햇빛에 말리고, 바람이나 햇빛에 말린 뒤에 불에 태우고, 불에 태운 뒤에 재로 만들고, 재로 만든 뒤에 강한 바람에 날려 보내거나 강물의 거센 흐름에 씻어버린다면, 이와 같이 해서, 수행승들이여, 그 큰 나무는 뿌리째 뽑히고, 종려나무1 그루터기처럼 되고, 존재하지 않게 되고, 미래에 다시 생겨나지 않게 된다.
아난다여, 이와 같이 집착의 대상이 되는 현상에서 해로움을 보는 자에게는 갈애가 소멸한다. 갈애가 소멸하면 집착이 소멸하고, 집착이 소멸하면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면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과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이 소멸한다. 이 모든 괴로움의 다발들은 이와 같이 해서 소멸한다.”
인연의 경이 끝났다.
- 종려(棕櫚)나무 : 영어로 ‘a palm tree’이다. 학명이 ‘Phoenix dactylifera’ 인데 이는 야자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을 말한다. 이 나무에는 우리나라 대추와 비슷한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대추야자나무라고도 불린다. 덜 익었을 때의 대추야자 열매는 녹색을 띄고 단단하지만, 늦여름이 되면 잘 익게 되고 색깔도 황갈색 혹은 적색으로 변한다. 열매의 살은 달고 연하여 맛좋은 열매로 잘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