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셨으니 행복하여라! sukho Buddhānaṃ uppādo!

▣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담마빠다(Dhammapada)/담마빠다 이야기

[Dhp101] 바히야 다루찌리야의 깨달음 이야기

moksha 2021. 10. 3. 21:50

[Dhp101] 바히야 다루찌리야의 깨달음 이야기

 

어느 때 장사꾼들이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다가 도중에 배가 침몰하여 한 사람을 제외하고 배에 탔던 모든 사람이 다 죽은 일이 있었다. 이때 유일한 생존자는 물 위에 떠 있는 두꺼운 나무판자를 붙들고 정처없이 표류하다가 숩짜라까라고 불리는 작은 항구에 닿게 되었다. 항구에 도착한 그는, 옷이 없었으므로 붙들고 온 나무판자로 자기 몸을 가리고 그릇 하나를 든 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에게 쌀이나 죽 따위를 주는 것이었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그가 혹시 아라한이 아닐까 생각하며 자기네들끼리 그를 칭찬하는 말을 나누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옷을 가져다주었는데, 그는 자기가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자기에게 돈이나 음식 따위를 바치지 않으리라 생각하여 옷 입는 것을 거절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동안에 그는 마침내 자기가 아라한이라고 착각하게까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과는 달랐다. 그는 나무판자 하나로 옷을 대신하여 몸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바히야 다루찌리야라고 불리었다.

 

이럴 즈음 마하브라흐마(대범천)는 과거 전생에 자기 친구였던 바히야가 타락되어가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자기에게 그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하브라흐마(대범천)는 밤중에 바히야를 찾아가 이렇게 충고했다.

“바히야여, 너는 아라한이 아니지 않는가? 너는 아라한으로서의 아무런 자격도 갖추지 못했지 않느냐?”

그러자 바히야는 마하브라흐마를 올려다보면서 자백했다.

“그래, 나는 나 자신이 아라한이 아님을 인정한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아주 잘못 행동해 왔다는 것도 인정해. 그렇지만 지금 이 세상 어디에 아라한의 경지에 오른 그런 위대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나?”

 

그 말을 받아 마하브라흐마는 사왓티에 고따마 붇다가 계시는데, 그분은 진정한 아라한이시며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신 분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제야 바히야는 자기의 엄청난 죄를 깨닫고 절망감을 느끼게 되어 부처님을 만나 뵙기 위해 정신없이 사왓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때 마하브라흐마는 신통력으로서 바히야를 도와 120요자나나 되는 먼 거리를 단 하룻밤 만에 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하여 바히야는 아침 일찍이 사왓티 성에 도착했고, 부처님께서 빅쿠들과 함께 탁발하시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공손한 자세로 부처님의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바히야는 부처님께 담마를 설해 주십사고 청했는데, 부처님께서는 지금은 탁발 공양을 하는 시간이지 법을 설하는 시간이 아니라고 대답하시었다. 그러자 바히야는 부처님에게 더욱 가까이 가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제 생명에 위험이 닥쳐오는 것을 모르십니까? 제발 제게 지금 법문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때 부처님께서는 바히야가 120요자나나 되는 먼 길을 단숨에 왔다는 것과, 지금 여래를 만나 지나치게 흥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었다. 그랬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즉시 법문을 베풀어 주시지 않고 그의 마음이 고요하게 진정되기를 기다리시었다. 담마는 그런 상태에서 바르게 흘러들어가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바히야는 계속해서 끈덕지게 설법을 애원하였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하는 수 없이 서신 채로 설법을 하시게 되었다.

 

“바히야여, 내가 어떤 것을 볼 때 너는 네 마음을 보고 있는 그 자체에 집중하고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여라. 네가 어떤 소리를 들을 때에도 듣는 그 자체에 마음을 집중시키고 분명히 그것을 인식하여라. 네가 어떤 냄새를 맡을 때에, 혹은 어떤 음식을 맛볼 때, 무엇을 만질 때, 또 네가 어떠한 것을 생각할 때에도 너는 항상 그 대상에 마음을 집중시키고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여라.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도, 그것들이 다 마음의 대상일 뿐임을 알아 거기에 어떤 분별을 일으키지 말고 집착이나 싫어함도 일으키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와 같은 부처님의 법문을 듣자마자 바히야는 즉시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하였고, 그는 부처님께 빅쿠가 되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빅쿠가 되고 싶으면 까사와 밧따(발우)를 비롯한 물품들을 준비해 오라고 이르시었다. 그래서 그는 물품을 준비하기 위해 떠났는데, 그와 전생부터 원한 관계를 맺고 있던 소로 변신한 귀신에 밟혀 그만 죽고 말았다.

 

부처님과 빅쿠들은 탁발을 끝내고 나오시어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향하시다가 도중에 바히야가 쓰레기더미 위에 죽어 있는 것을 보시었다. 부처님께서는 빅쿠들에게 그를 아라한에 합당하게 화장케 하여 그 유골을 탑에 안치케 하라고 말씀하시었다.

 

부처님께서는 제따와나 수도원으로 돌아오신 다음 빅쿠들에게 바히야는 닙바나를 깨달았다고 말씀해 주시었다. 또 부처님께서는 빅쿠들에게 그는 짧은 시간 내에 내적 현상을 보아 도(道:Magga)에 이른 사람이었다고 말씀하시었다. 그러자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여러 빅쿠들은 당황하여 그가 언제 아라한을 이루었는지 여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그가 길 위에서 여래가 설하는 법문을 듣고 바로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했다고 하시었다. 그러자 빅쿠들은 어떻게 단 몇 마디의 법문만을 듣고 아라핫따 팔라를 성취할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아라한을 이루는 것은 법문을 듣는 횟수와는 관계가 없느니라. 아주 짧은 단 한 차례의 법문일지라도 그것이 유익했다면 그 사실이 중요하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Dhp101]

“쓸데없는 천 마디

시구를 외우는 것보다

들어서 안온해지는

한 마디의 시구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