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경(Gilānasutta, S47:9)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베쌀리의 벨루바가마까에 계셨다.
2. 그때 세존께서는 수행승들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세존]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베쌀리 시 근처에서 친구나 도반이나 동료가 있는 곳에서 안거를 보내라. 나는 이곳 벨루가마까에서 안거에 들 것이다.”
[수행승들]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들 수행승들은 대답하고 베쌀리 시 근처에서 친구나 도반이나 동료가 있는 곳에서 안거를 보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곳 벨루가마까에서 안거에 드셨다.
3. 그 후 세존께서 안거에 들었을 때에 심한 질병이 생겼다. 세존께서는 극심한 고통으로 사경에 들 정도였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그곳에서 새김을 확립하고 알아차리면서 지치지 않고 참아내셨다.
4.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내가 만약 시자에게 알리지 않고 수행승의 승단을 보살피지 않고 완전한 열반에 들면 옳지 않은 일이다. 지금 내가 이 질병을 정진력으로 이겨내어 목숨을 유지해야겠다라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정진력으로 질병을 이겨내고 생명의 형성을 유지하셨다.
5. 그래서 세존께서는 질병에서 일어나셨다. 질병에서 일어나신지 얼마되지 않아 정사에서 나와 승원 뒤의 그늘에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6. 그러자 존자 아난다는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았다. 한쪽으로 물러앉은 아난다는 세존께 이와 같이 말했다.
[아난다] “세존이시여, 참아내셨으니 더없이 기쁩니다. 세존이시여, 견디어 내셨으니 더없이 기쁩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병이 드셨기 때문에 실로 저의 몸은 마비된 듯했고 제 앞은 캄캄하고 가르침도 제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수행승들의 승단을 위해 어떠한 공표도 없이 완전한 열반에 들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안심을 얻었습니다.”
7. [세존] “그런데 아난다여, 수행승의 승단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아난다여, 나는 안팎의 차별을 두지 않고(주) 가르침을 다 설했다. 아난다여, 여래의 가르침에 감추어진 사권(주)은 없다. 아난다여, 어떤 사람이‘내가 수행승의 승단을 이끌어 간다.’ 라든가 ‘수행승의 승단이 나에게 지시를 받는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즉시 수행승의 승단에 관하여 어떠한 공표를 해야 할 것이다. 아난다여, 그러나 여래는 이와 같이‘내가 수행승의 승단을 이끌어 간다.’ 라든가 ‘수행승의 승단이 나에게 지시를 받는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여래가 수행승의 승단에 관하여 어떤 공표를 하겠는가?
8. 아난다여, 나는 지금 늙고, 노쇠하고, 해가 갈수록 쇠약해지고, 노인이 되고 만년에 이르렀다. 내 나이는 여든이 넘어서고 있다. 아난다여, 마치 낡은 수레가 밧줄에 의지해서 계속 유지하듯이, 아난다여, 그와 같이 여래의 몸은 가죽끈에 의지해서 계속 유지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아난다여, 여래가 일체의 인상에 정신활동을 일으키지 않고 어떠한 느낌마저도 소멸하여 인상을 여의는 마음의 삼매에 들면, 아난다여, 그때에 여래의 몸은 지극히 안온하다.
9. 그러므로 아난다여, 자신을 섬으로 하고 자신을 귀의처로 하지 남을 귀의처로 하지 말고 법을 섬으로 하고 법을 귀의처로 하지 다른 것을 귀의처로 하지 말라.(주) 아난다여, 어떻게 수행승이 자신을 섬으로 하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지 남을 귀의처로 삼지 말고, 가르침을 섬으로 삼고 가르침을 귀의처로 삼지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않는가?
10. 아난다여, 이 세상에 수행승은
1) 열심히 노력하고 올바로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여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며, 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한다.
2) 열심히 노력하고 올바로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여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고 느낌에 대하여 느낌을 관찰한다.
3) 열심히 노력하고 올바로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여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고 마음에 대하여 마음을 관찰한다.
4) 열심히 노력하고 올바로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여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고 사실에 대하여 사실을 관찰한다.
11. 아난다여, 이와 같이 수행승은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지 남을 귀의처로 삼지 말고 가르침을 섬으로 삼고 가르침을 귀의처로 삼지 다른 것을 귀의처로 하지 않는다.
12. 아난다여, 지금이든 내가 멸도한 뒤에든지 아난다여, 어떠한 수행승들이든지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지 남을 귀의처로 삼지 않고 가르침을 섬으로 삼고 가르침을 귀의처로 삼지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않는다면 아난다여, 나에게 그 수행승들은 배우고자 열망하는 자들 가운데 최상의 존재들이 될 것이다.”
질병의 경이 끝났다.
▣나는 안팎의 차별을 두지 않고(anantaraṁ abāhiraṁ katvā) : 주석서에 의하면, “나는 법(사실, 객관)과 사람(주관)과 관련해서 양자를 구별하여 ‘나는 이러한 사실을 남에게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사실을 내면화한다든가 ‘나는 이와 같은 것을 남에게 가르칠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사실을 외면화한다든가 아니면 ‘나는 이와 같은 자에게 가르칠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그는 사람을 내면화(인정)한다거나 ‘나는 이와 같은 자에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그는 사람을 외면화(축출)하거나 [스승께서는] 이와 같이 하지 않고 가르쳤다.‘는 뜻이다.
▣사권(ācariyamuṭṭhi) : 한역하여 사권(師拳, 스승의 빈주먹)이라 한다. 주석서에 따르면 ‘젊었을 때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최후의 시간에 죽음의 침대 위에 누운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제자에게 말하는 외도들에게 사권이 있듯이, 이와 같이 여래에게는 늙어 최후의 시간에 ‘내가 이것을 말할 것이다’ 라고 주먹을 쥐고 비밀로 되어 정해진 어떠한 것도 없다고 그는 보여준다.’
▣이 말씀은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Mahāparinibbānasutta, D16)에 등장한다. 또한 쌍윳따니까야에도 등장하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자심을 섬으로 하고 자신을 귀의처로 하지 다른 것을 귀의처로 하지 말라. 가르침을 섬으로 하고 가르침을 귀의처로 하지 다른 것을 귀의처로 하지 말라.” 자신을 섬으로의 경(Attadīpasutta, S22:43)
“Attadīpā bhikkave, viharatha attasaraṇā anaññasaraṇā. Dhammadīpā dhammasaraṇā anaññasaraṇ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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