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 천 개 접으면, 우정공원 사랑의 학접기
우정총국 회화나무
우정공원에 가면 오래 된 나무가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우정총국 회화나무’라 합니다. 서울미래유산 사이트를 보면 우정총국 회화나무는 약 500-600년 된 것이라 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설명문에 따릅니다.
1884년 서울을 기행한 일본인 오비 스케아키(小尾直藏)는 1885년 2월 도쿄에서 조선경성기담(朝鮮京城奇談)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오비는 이 책에 ‘우정국 구내에는 매일 국기를 게양했는데, 그 높이가 2장(약 6미터) 남짓’이며 ‘조선 국내에서 국기를 게양한 것은 이것이 효시’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우정국 구내에는 수령 500~600년 된 고목이 한 그루 있는데 이 나무 곁에 태극기를 게양했다’고 덧붙였다. (우정총국 회회나무 설명문)
일본인이 쓴 기행문에 실려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일까 서울시에서는 1976년 중구 보호수로 지정했고 수령이 520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5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우정총국회화나무는 1884년 갑신정변 현장을 지켜본 역사의 증거물이기도 합니다. 회화나무 바로 옆에는 전각모양의 옛우정총국이 그 자리에 지금도 유물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우정공원에서는
요즘 자주 우정공원에 갑니다. 서울나들이 하면 자연스럽게 조계사 일주문을 지나 우정공원으로 향합니다. 명진스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월 18일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7일 째 입니다. 나이 70이 다 된 노구로 단식하는 것은 생명이 대단히 위험합니다. 생수와 소금으로만 2주 넘게 단식하고 있는데 기력이 소진해서일까 누워만 있습니다. 동조단식을 했던 효림스님은 저혈당쇼크로 인하여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럼에도 명진스님이 단식을 멈추지 않는 것은 한국불교의 적폐청산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명진스님은 8.31 제6차 촛불에서 “스님들이 절대 돈을 만지게 해서는 안됩니다.”라 말했습니다. 돈 관리는 재가자들이 하고 스님들은 관리감독만 잘 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승가공동체가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한 제도개혁에 대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자들은 안타까워 합니다. 스님은 요구조건이 이루어질 때 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불자들은 “스님, 안돼요. 그만 해요”라며 마치 합창하듯이 안타깝게 외쳤습니다.
학을 접기 시작한 불자들
스님은 여전히 단식중입니다. 그러나 거의 누워 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 보던 사람들은 스님에게 단식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서서히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떤 불자들은 학을 접기 시작했습니다. 우정공원에는 이곳 저곳에서 불자들이 학을 접고 있습니다. 사랑의 학접기입니다.
매일 원형의식이 열리는데
역사의 현장 우정총국에는 매일 불자들이 찾아 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불자들로 북적입니다. 밤에는 각 단체별로 불침번을 섭니다. 매일 저녁 7시에는 단식자의 건강과 적폐청산을 발원하는 촛불의식을 행합니다. 9월 4일 일요일 오후에는 좀 더 이른 시간인 5시 반에 원형 모임을 가졌습니다.
현장에 있던 불자들은 스님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토론을 했습니다. 현장활동가들과 자발적 참여자들로 이루어진 원형 모임에서 때로 거친 발언도 있었습니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불자도 있었습니다. 모두 한국불교가 잘 되기 위한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참여불교 재가연대를 이끌고 있는 상임대표는 똥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로지 이익을 탐하는 권승들에 대하여 똥구덩이와 같다고 했습니다.
똥은 조금만 묻어도 악취가
똥은 조금만 묻어도 악취가 납니다. 악취가 나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럽습니다. 한국불교 권승들의 행태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숫따니빠따에서는 “마치 똥구덩이가 세월이 지나면 , 똥으로 가득 차듯 , 부정한 자는 참으로 깨끗해지기 어렵다.”(stn279) 라 했습니다. 똥은 조그만 묻어도 악취가 나는데 똥이 켜켜이 쌓여 있다면 그 악취는 천지를 진동할 것입니다.
똥벌레가 있습니다. 똥벌레는 똥을 먹고 삽니다. 상윳따니까야 ‘똥벌레의 경’에 따르면 부처님은 “어떤 똥벌레가 똥을 먹고 똥으로 배를 채우고 똥으로 충만하고도 그 앞에 큰 똥덩이가 남아 있다면, 그 똥벌레는 ‘나는 똥을 먹고 똥으로 배를 채우고 똥으로 충만하고도 내 앞에 큰 똥덩이가 남아 있다.’고 다른 똥벌레들을 무시한다.” (S17.5)라고 했습니다. 라 했습니다. 똥을 많이 가진 똥벌레는 똥을 적게 가진 똥벌레를 무시한다고 합니다. 똥으로 돈으로 치환한다면 돈을 많이 가진 자는 돈을 적게 가진 자를 무시합니다. 실제로 사회가 그렇습니다.
국민정서법과 불자정서법
요즘 세상을 금권만능주의 시대라 합니다. 누구든지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려 합니다. 설령 그것이 불법적인 것이든 탈법적인 것이든 편법적인 것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고위공직자 후보 중에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거나 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 된 현상입니다. 최근에는 주식투기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낙마 했습니다. 돈이 너무 많아서 입니다. 아니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이유정 후보자는 이른바 주식대박을 터뜨린 장본입니다. 불과 일년 반만에 12억원이라는 단기 시세차익을 남겼습니다. 판사라는 명예로운 직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주식대박이 났다는 것은 내부자 거래나 부당거래가 의심됩니다. 공직자로서는 해서는 안될 불법과 탈법을 저지를 정황이 역력합니다. 이렇게 명예도 있고 돈도 많은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라는 더 큰 권력을 가지고자 한 것입니다. 이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국민정서법에 걸려 든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국민정서법이 있다면 불교인들에게는 아마도 ‘불자정서법’이 있을 겁니다. 불자들의 정서에 용납할 없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아마도 은처승일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못 들은 척 할 수 있어도 출가한 스님이 처자식을 숨겨 놓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불교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수원 용주사 주지는 은처승입니다. 처자식을 가지고 있는 스님이 교구본사 주지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용주사 스님들과 신도들은 비대위를 구성하여 3년 째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자승원장은 이를 묵인 합니다. 이에 불자들은 같은 편이기 때문에,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약점 잡혔기 때문에 묵인 하는 것 아니냐고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입니다.
왜 똥 같은 소리만 하는가?
한국불교는 똥냄새가 진동합니다. 똥구덩이 똥이 켜켜이 쌓이듯이 오랜 세월동안 적폐가 쌓여 왔습니다. 이제 똥구덩의 똥을 풀 때가 되었습니다. 이에 스님들이 단식을 하고 불교인들은 매주 목요일 보신각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똥구덩이 빠져 사는 똥벌레 같은 자들은 똥 같은 소리만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똥처럼 말하는 사람, 꽃처럼 말하는 사람, 꿀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A3.28) 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똥처럼 말하는 사람일까요?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누가 똥처럼 말하는 사람인가? 수행승들이여,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은 공회 가운데서나 군중가운데서나 친족 가운데서나 조합원 가운데서나 법정가운데서나 증인으로 소환되어, ‘이 사람아, 와서 자네가 말해 보게!’라고 추궁받으면, 그는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말하거나,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보지 못하면서도 ‘보았다’고 말하거나, 보고서도 ‘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자신을 위해 혹은 타인을 위해 또는 어떠한 조그마한 이익을 위해서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사람이 똥처럼 말하는 사람이다.”(A3.28)
부처님은 똥 처럼 말하는 자에 대하여 거짓말 하는 자라 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자를 말합니다. 특히 법정에서 거짓말 하는 자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법정이나 청문회장에서는 증인선서를 합니다. 불교계에서도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현 자승총원장입니다. 그는 재임하지 않겠다고 세상에다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총무원장직선제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자 손바닥 뒤집기 보다 쉽게 말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똥처럼 말하는 자에 해당됩니다.
학을 천 개 접으면
오늘도 내일도 우정총국 우정공원에는 불자들로 북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똥 같은 자들은 단식 현장에 맞불을 놓았습니다. 기습적으로 텐트 두 개를 설치한 것입니다. 설치 목적은 백중과 수능기도 접수하기 위해서라 합니다. 주간에 접수하는 사람이 앉아 있기는 하지만 시켜서 하는 일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그들이 퇴근하면 현장활동가들과 자발적 참여자들의 쉼터가 됩니다.
우정공원에는 여러 동의 천막이 쳐져 있습니다. 단식하는 스님들의 천막 두 동, 지원동 하나, 그리고 총무원측에서 기습적으로 친 천막 두 동입니다. 그러나 자발적 참여자들을 당해 낼 수 없습니다. 매일 우정공원에는 자발적 참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최근 단식 중인 명진스님의 건강이 악화 되어 이를 염려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불자들은 학을 접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천 개가 되려면 아직 먼 것 같습니다. 학을 접은지 불과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현장 우정총국 우정공원에서 불자들은 사랑의 학을 접고 있습니다. 천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단식중에 누워 있는 스님의 건강을 위해 학을 접고, 한국불교 적폐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을 접습니다. 이런 현장을 5백년 된 회회나무가 지켜 보고 있습니다.
2017-09-04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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