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셨으니 행복하여라! sukho Buddhānaṃ uppādo!

▣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담마빠다(Dhammapada)/담마빠다 이야기

[Dhp.151] 말리까 왕비 이야기

moksha 2025. 3. 8. 10:57

[Dhp.151] 말리까 왕비 이야기

 

꼬살라(Kosalā)빠쎄나디(Pasenadi)왕의 왕비인 말리까(Malikā) 어느 날 발을 씻으려고 침실 옆에 있는 욕실에 들어갔다. 이때 왕비의 애완견이 왕비를 따라들어 왔다가 왕비가 발을 씻기 위해 몸을 구부리자 뒤로 접근하여 그녀의 중요한 부분을 자극했다. 왕비는 개의 이런 행동이 싫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는데, 마침 빠세나디 왕이 침실 창문을 통해서 그 장면을 보았다. 그는 왕비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이 음란한 여인아! 욕실 안에서 개하고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내가 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설마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
왕비는 마음속으로 굉장히 놀랐으나 짐짓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저는 다만 욕실 안에서 발을 씻고 있었을 뿐이에요. 저는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덧붙여서

그런데 이상한 점은 있어요. 누가 아침에 욕실에 혼자 들어갔을 때 이쪽 창에서 보면 혼자인데도 둘이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에요. 만약 제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직접 한 번 들어가 보세요. 제가 이쪽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볼 테니까요.”
왕비의 말에 따라 왕은 욕실 안에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말리까 왕비는 이렇게 따지는 것이었다.
아니, 점잖은 대왕께서 암염소와 그런 이상한 짓을 다 하신단 말입니까?”
왕은 자기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한편으로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여기며 일단 왕비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왕비는 이 같은 기지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왕에게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워 가며 거짓말로 자기의 잘못을 위장한 데 대해 큰 가책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그 뒤로 어느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들 만큼 많은 공양을 올렸고, 왕인 남편과 함께 많은 선행도 쌓았다. 그랬지만 이때의 자기 잘못은 잊지 않은 데 비해 자기가 쌓은 선행은 잊고 있었기 때문에, 죽자마자 바로 니라야(niraya, 지옥)로 향하고 말았다.

왕비의 장례식이 끝나자 빠세나디 왕은 부처님께 왕비가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는지 여쭈려고 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왕이 왕비를 잃어버린 슬픔과 그리움에 잠겨 있는 이때 왕비가 지옥에 있다고 하면 그 많은 공양 공덕과 선행이 다 소용없었다고 생각하여 깜마의 법칙을 의심하리라 여기시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써 왕이 다른 생각을 갖도록 만드시었다. 그리하여 왕은 부처님께 왕비에 대해 질문하려던 것을 까마득히 잊고 다른 대화만 나누다가 돌아갔다.

한편 말리까 왕비는 니라야에서 이레를 보낸 뒤 이번에서는 뚜시따(Tusita,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났다.
그날 부처님께서는 빠세나디 국왕의 궁으로 아침 탁발을 나가시어 왕에게 오늘은 왕실의 수레를 보관하는 창고 그늘에서 잠시 쉬어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하시었다. 그러자 왕은 부처님을 맞이하여 공양을 올렸고, 공양이 끝나기를 기다려 침통한 표정으로 왕비가 어디에 태어났는지를 여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왕비가 뚜시따(Tusita)에 태어났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었다. 이 말씀을 들은 왕은 매우 기뻐하며 이같이 찬탄했다.

말리까 왕비는 이제 뚜시따 하늘에 태어났는데, 그녀가 거기에 태어나지 않으면 갈 곳이 어디이겠습니까? 그녀는 언제나 착한 일을 하려는 생각뿐이었고, 그 생각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으며, 내일은 부처님께 무엇으로 공양을 올릴까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왕비는 이제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처님의 변변찮은 재가 신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여, 저기 당신의 할아버지가 타시던 마차를 보시오. 저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제는 모두 낡아 버렸소. 대왕이여, 당신의 몸도 저 수레와 같나니, 그와 같이 늙고 있으며 죽어가고 있소. 오직 담마()에 따르는 수행력에만은 늙음과 죽음의 힘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Dhp.151]

잘 꾸며진 왕의 수레도 낡아가듯,

마찬가지로 몸도 또한 늙어간다.

그러나 참사람의 가르침은 부패하지 않는다.

참사람이 참사람에게 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