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셨으니 행복하여라! sukho Buddhānaṃ uppādo!

▣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담마빠다(Dhammapada)/담마빠다 이야기

[Dhp.150] 루빠난다 테리 이야기

moksha 2025. 3. 6. 22:10

[Dhp.150] 루빠난다 테리 이야기

 

자나빠다깔야니(Janapadakalyāṇī)는 부처님의 양어머니이자 이모(고따미<Gotami'>)의 딸로서 용모가 아주 아름다웠기 때문에 루빠난다(Rūpanandā, 용모가 아름다운)라고 불리었다. 그녀는 부처님의 이복동생인 난다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난다가 결혼 당일 부처님을 따라가 빅쿠가 되었기 때문에 신랑 없이 의식만 치렀었다.

어느 때 그녀는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큰오빠인 싯달타 태자는 세상에 남아 있었으면 전륜성왕이 되었을 텐데도 세상을 버리고 수행자가 되어 이제는 부처님을 이루시었다. 또 싯달타 오빠의 아들 라훌라와 나의 남편인 난다 왕자 역시 빅쿠가 되어 이 세상을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의 어머니도 빅쿠니가 되었으며, 이제는 나 홀로 여기 남아 있구나.’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 끝에 자기도 수도원으로 들어가 빅쿠니가 되었다. 그녀가 이같이 빅쿠니가 된 것은 해탈에 대한 신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독감을 이기지 못하여 다른 사람들의 흉내를 낸 데 불과했다.

 

빅쿠니가 된 루빠난다는 다른 빅쿠니들로부터 부처님께서는 자주 몸은 무상하며, 둑카()로 가득 차 있고, 거기에 나라고 하는 주재자가 없다고 설법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것은 부처님께서 자기 같은 미인을 보지 못하신 탓이라 여기며, 자기를 보게 되면 부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고 그와 반대되는 설법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 같은 생각으로 부처님을 멀리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빅쿠니들이 하도 부처님에 대해 존경과 찬탄을 했기 때문에 그녀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그래서 부처님의 법문이 있는 날 자기도 다른 빅쿠들을 따라가 뒤에 서서 법문만 살짝 듣고 오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마침내 그날이 되어 그녀는 부처님께 갔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빅쿠니들 속에 루빠난다가 있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시었다.

 

가시는 가시로써 빼어야 하는 법이다. 루빠난다는 자기 용모가 아름다운 것에 집착하여 자만심이 대단하니 여래는 루빠난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보여 그 교만과 애착을 끊으리라.’

 

부처님께서는 즉시 신통력으로써 열여섯 살쯤 되는 아주 환상적인 미인이 부처님께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는 영상을 만드시어 이를 다만 부처님과 루빠난다만 볼 수 있게 하시었다. 루빠난다가 대중의 뒷편에서 부처님을 멀리 바라보니 부처님 옆에서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부처님께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었다.

그 여인을 보고 루빠난다는 스스로 저 여인이 맑은 호숫가에 노니는 백조와 같다면 자기의 아름다움은 차라리 보기 흉한 늙은 까마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루빠난다는 여인이 아주 아름다운 데 마음이 끌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루빠난다는 다시 그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여인은 이제 스무 살쯤 되는 여자로 성숙해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속하여 그녀를 관찰해보니 점점 나이가 들어 마침내는 머리털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이같이 매우 아름다웠던 그 여인은 중년이 되고 늙은이가 되어 결국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병든 모습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다.

 

루빠난다는 늙은 모습이 나타나면서 한때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져버리는 뼈저린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이 몸이라는 것은 계속 변화하면서 늙고 병들고 시들어 죽어가는 것이라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루빠난다의 마음은 진보되어 자기의 용모가 아름답다는데 대한 애착과 자만심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는 동안 부처님의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의 모습은 몸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자기 대변 위에서 뒹굴더니 마침내 죽어 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몸이 부패되어 아홉 구멍으로부터 썩은 고름이 흐르며, 구더기와 벌레들이 기어다니기 시작했고, 까마귀와 독수리 떼가 살점을 뜯어먹으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 같은 현상을 똑똑하게 지켜 본 루빠난다는 중얼거렸다.

 

저 젊은 여인은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이가 들고 늙더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드디어는 죽고 말았다. 이와 같이 내 몸도 역시 늙어가 마침내 병들어 죽게 될 것이다.’

 

그녀는 이 같은 생각으로 오온(五蘊)의 진실한 성품을 잘 관조하여 다스리기 시작했다. 루빠난다의 마음이 여기까지 이르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존재의 세 가지 특성, 즉 무상(無常, Aniccā)(, Dukkhā)무아(無我, Anattā)를 설법하시었다. 이에 루빠난다는 즉시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Dhp.150]

뼈로 만들어지고

피와 살로 덧칠해진 도시,

거기에 늙음과 죽음과

자만과 위선이 감추어져 있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루빠난다는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