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p.147] 기생 시리마 이야기
라자가하에 시리마(Sirima)(주)라는 이름을 가진 어여쁜 기생이 있었는데, 그녀는 매일같이 빅쿠가 다른 동료 빅쿠에게 자기는 매일같이 아름답고 음식 솜씨도 좋고 젊고 아리따운 기생으로부터 공양을 받아온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그 빅쿠는 단지 시리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 그녀를 연모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사랑에 빠진 젊은 빅쿠는 동료 빅쿠와 함께 시리마의 집으로 탁발을 나갔다. 그런데 그날따라 공교롭게도 시리마는 몸이 아파서 직접 공양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빅쿠들에게 대해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빅쿠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밖에까지 나와 합장으로써 빅쿠들을 맞이했다.
이때 시리마를 처음 본 빅쿠는 저 여인이 병이 들었는데도 저렇게 아름답다면 건강하고 잘 치장했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어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에게는 시리마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며 일어났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병이 든 고급 기생 시리마는 그날 밤에 그만 죽어 버렸다. 그러자 라자가하의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을 찾아뵙고, 유명한 의사이며 부처님의 전문의이기도 한 지와까(Jīvaka)의 누이 시리마가 죽었음을 전해 올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빔비사라 왕에게 당분간 시리마의 시신을 땅에 묻지 말고 그대로 묘지에 잘 보존해 두되, 까마귀와 독수리 들짐승들이 시신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지켜 달라고 청하시었다. 부처님으로부터 특별한 청을 받은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의 말씀에 따랐다.
시리마가 죽은 지 사흘이 되었다. 그러자 살아 있었을 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그녀도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의 작고 고왔던 몸은 이제 변색되어 부풀어 올랐고, 밝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눈에서는 구더기가 끓기 시작했다. 또한 그녀의 아홉 구멍에서는 더러운 물이 흘렀으며, 벌레가 끓었다. 그럴 즈음 부처님께서는 빅쿠들과 함께 묘지에 가시어 빅쿠들로 하여금 아름다웠던 시리마의 시신을 관찰케 하시었다. 이때는 빔비사라 왕도 신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시리마의 썩어가는 몸을 함께 관찰했다. 이때 시리마를 사랑했던 젊은 빅쿠는 아직도 시리마가 죽은 줄을 모르고 있다가 부처님을 따라 그곳에 가 비로소 죽어 썩어가는 시리마를 보자 매우 실망하는 한편, 자기의 어리석음을 깊이 뉘우쳤다.
부처님께서는 빔비사라 왕에게 부탁하여 이제 누구든지 일천 냥을 내고 시리마와 하룻밤을 같이 보낼 사람은 나와 보라고 광고케 하시었다. 그래서 왕은 그같이 공지하였으나 아무도 나타나는 자가 없었다. 그러자 왕은 화대를 내려서 오백 냥, 이백 냥, 백 냥, 오십 냥이라는 식으로 다시 공지했다. 그랬지만 역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빅쿠들이여, 죽어 썩어가는 저 시리마의 시신을 보아라. 시리마가 살아 있을 때에는 시중의 재산가들이나 재산가의 아들들, 그리고 고관들이 그녀와 함께 단 하룻밤만이라도 즐기려고 천 냥이라도 아끼지 않고 앞 다투어 나섰으며, 그러고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애를 태웠었느니라. 그러나 이제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해도 아무도 그녀를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 빅쿠들이여, 사람의 몸이란 실로 이와 같나니, 마침내 늙게 되어 있으며, 일단 호흡이 정지하고 나면 썩어서 저 시리마와 같이 되고 마느니라. 그렇거늘 이 무상한 육신을 탐하고 집착하여 무엇하겠느냐?”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Dhp.147]
보라, 아름답게 꾸며진 영상,
상처투성이로 세워진 몸,
고통스럽고 망상으로 찬 것,
영원하지도 않고 견고하지도 않다.
부처님의 이 게송 끝에 시리마를 연모했던 빅쿠는 소따빳띠 팔라(수다원과)를 성취하였다.
▣시리마(Sirima) : 창부 살라와띠(Sālavatī)가 낳은 사생아(私生兒)가 바로 유명한 의사 지와카(Jīvaka)와 그의 누이동생 시리마(Sirima)이다.
▣살라와띠(Sālavatī) : 라자가하(Rājagaha)의 유곽(遊廓)에는 살라와띠(Sālavatī)란 미녀가 있었다. 라자가하의 유곽은 셋티(Seṭṭhi, 장자長子)들의 건의로 빔비사라가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라자가하(Rājagaha)에는 국왕이 만든 공창(公娼)이 있었다는 뜻이다. 라자가하의 셋티들은 웨살리(Vesāli)에서 절세미인의 창부(娼婦) 암바빨리(Ambapālī)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앞을 다투어 찾아갔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온 셋티들이 국왕 빔비사라에게 건의하여 유곽을 만들었고, 암바빨리에 맞서기 위해 라자가하에서 가장 뛰어난 살라와띠를 내세웠던 것이다. 살라와띠가 춤과 노래 등에 능숙해지자 하루 밤에 1백 까하빠나(Kahāpaṇa, 1까하빠나는 젖소 5마리의 가격)를 받게 하였는데, 그것은 암바빨리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보다 2배나 비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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