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송48] 남편을 존경하는 빠띠뿌지까 여인 이야기
이 이야기는 천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때 33천(도리천, 따와팀사 Tāvatiṁsa)에서 말라바리(꽃다발을 만드는 남자) 한 사람이 꽃다발과 꽃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즐거운 동산으로 갔다. 그때 거기에서는 일천 명의 선녀들이 꽃목걸이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중 오백 명은 나무에 올라가 꽃을 땄고, 다른 오백 명은 밑에서 그녀들이 던진 꽃을 주워서 목걸이 따위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 선녀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서 사왓티의 어느 집에 사람의 아기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빠띠뿌지까라고 지어졌으며, 태어날 때부터 과거 전생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서 자신이 전생에 천상에서 꽃목걸이를 만드는 말라바리의 아내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빠띠뿌지까는 16살이 되던 해에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다음 그녀는 빅쿠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그리고 초하루 보름마다 공양을 올렸는데, 그때마다 그녀가 올린 한결같은 발원은 천상의 남편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빅쿠들은 그녀의 간절한 발원을 익히 아는 터여서 그녀를 남편을 존경하는 여인(빠띠뿌지까)이라고 불렀다.
빠띠뿌지까는 때때로 수도원에 나와서 강당을 청소하고 빅쿠 대중들이 마실 물을 준비하기도 하는 등 빅쿠들에게 바치는 정성이 대단했다. 그래서 빅쿠들은 공양할 물건이 있으면 그녀로 하여금 공양하게 하며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빠띠뿌지까는 임신을 하여 아기를 낳았고, 그 아기가 걸을 만하게 되었을 때 또 아기를 낳는 식으로 하여 모두 네 명의 아들을 두었다.
그녀는 빅쿠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니고 법문을 받들어 잘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갑자기 병을 앓더니 곧 죽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죽자마자 예전의 33천상세계에 다시 태어났다. 그녀가 천상에 선녀로 돌아와 보니, 자기가 인간계에 태어났다가 다시 천상으로 돌아오는 동안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천상의 선녀들은 여전히 꽃목걸이를 만들고 있었다. 아직도 천상의 하루는 다 지나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꽃목걸이를 만드는 말라바리가 그녀를 보고 물었다.
“우리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당신을 볼 수 없었는데, 도대체 그 동안 어디에 갔다 온 거요?”
“저는 잠시 천상을 떠나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 뭐라고 말했소?”
“저는 잠시 천상을 떠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낭군님.”
“그랬소? 그래서 어디에 태어났었소?”
“사왓티의 한 가정에서 태어났었습니다.”
“얼마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었소?”
“어머니의 태중에서 열 달, 태어나서 열여섯 살이 되어 결혼했고, 그 뒤 아들 넷을 낳을 동안이었습니다. 저는 인간으로 있는 동안 빅쿠 테라들에게 공양을 올리면서 다시 천상의 남편에게 태어나고 싶다고 발원했습니다.”
“그랬소? 그래 그곳 사람들의 수명은 대체로 얼마나 됩디까?”
“길게 잡아도 단지 백 년 정도 될 뿐입니다.”
“아, 참으로 짧은 수명이로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묻겠소. 그렇게 짧은 기간을 사는 사바세계의 사람들은 어떠하였소? 그들은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잠이나 자며 주의력 없이 보내던가요? 아니면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주의력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자신을 살피던가요?”
“낭군이시여, 그들은 대체로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마치 자기들의 수명이 한없이 길어서 죽음이란 자기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아내의 말을 듣고 나서 꽃목걸이를 만드는 천인은 말했다.
“당신의 말대로 인간이 단지 백 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그들은 잠이나 자면서 정신을 딴 데 빼앗겨서는 안 될 것이오. 그래가지고서야 어떻게 해탈을 성취할 수 있겠소? 인간의 백 년은 천상의 하룻밤 하루낮에 지나지 않는 것, 천상인의 수명1을 인간의 햇수로 계산하면 무려 삼천육백 만 년이나 되오. 그렇거늘 그런 곳에 살면서 정신을 차리지 않고 방탕하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소.”
한편, 그 다음날 빅쿠들은 마을로 탁발을 나갔는데, 마을의 회관은 아무도 청소하지 않은 채 더럽혀져 있었고, 앉을 자리와 물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빅쿠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매일같이 탁발 준비를 하던 부지런한 빠띠뿌지까 부인은 어디 있습니까?”
마을 사람 하나가 대답했다.
“그녀는 어제 테라님들을 공양한 다음 한낮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아직 법안을 갖추지 못한 빅쿠들은 그녀의 친절했던 봉사에 아쉬움을 느끼며 눈물까지 보였다. 그렇지만 아라한이 된 빅쿠들만은 의연하게 감정을 다스리고 있었다.
빅쿠들은 아침 공양을 마치고 수도원으로 돌아와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매우 활동적인 성품으로 오직 남편만을 생각하던 여인, 저희들을 위해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가리지 않았으며, 자기의 모든 공덕을 남편에게 회향하던 여인이 죽었습니다. 그녀는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빅쿠들이여, 그녀는 자기의 남편에게로 돌아갔느니라.”
빅쿠들은 의아하여 여쭈었다.
“부처님, 그녀는 자기 남편과 함께 죽은 것이 아닙니다.”
“빅쿠들이여, 그녀가 발원했던 남편이란 인간으로서 만난, 살아 있는 그 남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느니라. 그녀는 꽃목걸이로 천상을 장식하는 천인의 아내였으며, 그녀가 공덕을 회향했던 것은 그 남편이었느니라. 이제 그녀는 다시 옛 남편에게로 돌아간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천상세계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었다. 이에 빅쿠들이
“부처님이시여,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인생이란 참으로 짧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빠띠뿌지까의 경우로 보더라도 그녀는 아침에 공양을 올리고 저녁때는 병이 들어 곧 죽은 것입니다.”
“그러하니라. 빅쿠들이여, 이 생명이란 그렇게 짧고 무상한 것이니라. 사람들이 채 감각적인 쾌락에 만족하기도 전에 죽음은 그들을 덮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아름다운 꽃을 찾아 헤매듯
마음이 감각적 쾌락에 빠져 있는 자를
죽음은 먼저 앗아 가버린다,
그가 쾌락에 채 만족하기도 전에.”
-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수명 : 1,000천상년으로 남섬부주의 수명으로는 3천6백만년이 된다. (1,000×남섬부주100년이 일주야×한달 30일×12개월 = 36,000,000년) [본문으로]
'담마빠다(Dhammapada) > 담마빠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송50] 나체수행자 빠티까와 여자신도 (0) | 2019.02.16 |
---|---|
[게송49] 인색한 부자 꼬시야를 교화한 마하목갈라나 이야기 (0) | 2018.10.22 |
[게송47] 사끼야족(석가족)을 몰살시킨 위두다바 (0) | 2018.10.01 |
[게송46] 아지랑이와 물거품을 보고 아라한이 된 빅쿠 이야기 (0) | 2018.09.14 |
[게송44] ~ [게송45] 오백 빅쿠 이야기 : 마음의 땅 (0) | 2018.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