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지막 제자 수밧다
등불이 켜지고, 슬픔에 젖은 꾸시나라(Kusinārā) 사람들이 하나 둘 숲으로 찾아왔다. 그들 손에는 장례에 사용할 새하얀 천들이 들려 있었다. 차례차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가족과 함께 인사하는 말라 사람들에게 부처님은 건강과 장수를 빌어주셨다. 달이 높이 뜬 한밤중에도 숲으로 이어지는 행렬은 끝이 없었다. 부처님이 피로하실까 염려한 아난다는 새하얀 천을 손에 든 오백 병의 말라족을 한꺼번에 인사시켰다. 부처님은 그들을 위로하고 차근차근 가르침을 설해주셨다. 침울한 얼굴로 숲을 찾았던 말라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숲을 떠났다. 신자들이 밝힌 등불도 가물거리고, 숲에 다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그때 숲의 정적을 깨고 한 늙은 바라문이 찾아왔다.
“오늘 밤 사문 고따마께서 멸도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꼭 뵙고 싶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부처님께서 지금 몹시 힘들어 하십니다.”
“늦어 죄송하지만 저는 꼭 뵈어야 합니다. 제가 법에 대해 의심나는 것이 있어 그렇습니다. 고따마를 뵈면 오랜 저의 의심은 단박에 풀어질 것입니다. 한 번만 뵙게 해주십시오.”
“그만두십시오. 부처님을 번거롭게 하지 마십시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우담바라꽃이 피는 것처럼 드문 일이라 들었습니다. 제발 잠시만이라도 뵙고 한 말씀 여쭈게 해주십시오.”
“그만두십시오.”
그때, 뒤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렸다.
“아난다, 그를 막지 마라. 조금도 귀찮을 것 없다.”
지팡이를 짚고 찾아온 늙은 바라문은 가까이 다가와 정중히 예를 올렸다.
“저는 수밧다(Subhadda)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스승을 자처하는 많은 사상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뿌라나깟사빠ㆍ마칼리고살라ㆍ아지따께사깜발라ㆍ빠꾸다깟짜나ㆍ산자야벨랏티뿟따ㆍ니간타나따뿟따입니다. 사문 고따마께서는 그들의 가르침을 다 아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밧다, 나는 그들의 가르침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고들 말합니다. 그들은 정말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입니까,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들입니까? 아니면 그들 가운데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있고 얻지 못한 사람도 있는 것입니까?”
“수밧다, 그런 의심은 그만두는 게 좋습니다. 그것보다 당신에게 나의 가르침을 말해주겠습니다. 주의해서 잘 들으십시오.”
“세존이시여, 말씀해주십시오.”
“수밧다, 여덟 가지 올바른 길이 있습니다. 정견ㆍ정사유ㆍ정어ㆍ정업ㆍ정명ㆍ정정진ㆍ 정념ㆍ정정이 그것입니다. 이 팔정도를 실천하는 사람을 사마나[Samana, 사문(沙門)]라 합니다. 그런 이들 가운데에는 첫 번째 사마나[Samana, 사문(沙門)]도 있고, 두 번째 사마나[Samana, 사문(沙門)]도 있고, 세 번째 사마나[Samana, 사문(沙門)]도 있고, 네 번째 사마나[Samana, 사문(沙門)]도 있습니다. 첫 번째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에 이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사를 한 번 더 되풀이한 다음 깨닫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 세상에서 죽은 뒤 다시 태어나지 않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며, 네 번째는 이 세상에서 완전한 아라한이 되는 것입니다. 만일 어떤 가르침에 팔정도가 없다면 거기에는 올바른 사문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겐 사문의 첫 번째 과위도 두 번째 과위도 세 번째 과위도 네 번째 과위도 없습니다. 수밧다, 나의 가르침에는 팔정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는 이에게는 사문들의 첫 번째 과위도 두 번째 과위도 세 번째 과위도 네 번째 과위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수밧다에게 말씀하셨다.
내 나이 스물아홉에 집을 떠나
유익함을 찾기 어언 51년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닦고
조용히 사색하며 살아왔네.
이제 가르침의 요점을 말하나니
이 길을 떠나 사문의 삶이란 없네.
길은 팔정도가 최고
진리는 사성제가 최고
욕망을 다스림에는 법이 최고
두 발 가진 생명체 중에는
눈을 뜬 부처가 최고
수밧다여, 이 길뿐 다른 길은 없네.
수밧다는 기뻐하며 아난다를 향해 찬탄하였다.
“사문 고따마를 따르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이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아난다여, 당신 덕분에 여래를 뵙고 의심하던 것을 여쭐 수 있었습니다. 아난다여, 여래를 뵙고 저는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수밧다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도 여래의 법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을 수 있습니까?”
“수밧다, 다른 가르침을 배우던 이들이 나의 법 가운데서 청정한 행을 닦고자 한다면 사 개월 동안 기다려야 합니다. 대중이 당신의 행실과 당신의 마음가짐과 당신의 성향을 살필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간 역시 당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일 뿐 꼭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수밧다가 무릎을 꿇고 합장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 개월이 아니라 사 년이라도 기다리겠습니다. 그런 다음 대중의 허락을 얻어 구족계를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밧다에게 미소를 보이셨다.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라고 조금 전 말하지 않았습니까.”
수밧다는 그날 밤에 구족계를 받고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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