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체를 태우는 막대기들
삼보에 귀의하고 출가한 이들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들 가운데는 과거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승가에 들어와 여전히 잘못된 습성대로 사는 자들도 있었다. 띳사(Tissa)는 부처님의 고모인 아미따(Amitā)의 아들이었다. 인사를 받기만 하고 살아온 그는 출가하고도 인사하는 법이 없었다. 늘 좋은 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멀리서 비구들이 찾아와도 나아가 맞이할 줄을 몰랐다. 법랍이 높은 한 비구가 그런 띳사를 꾸짖었다. 그러자 띳사가 고함을 쳤다.
“나는 대지의 주인이고 왕의 혈통이다. 길가 돌 틈에서 자란 풀 같은 너희가 나를 욕한단 말인가. 내 너희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교단에서 쫒아 내리라.”
씩씩거리며 달려와 눈물까지 흘리며 동정을 호소하는 띳사에게 부처님이 물으셨다.
“띳사, 멀리서 찾아온 비구를 보고 나아가 맞아하였는가?”
“하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찾아온 비구의 가사와 발우를 받아 주었는가?”
“하지 않았습니다.”
“앉을 자리를 펴 주었는가?”
“아닙니다.”
“자리에 앉은 상좌에게 합장하고 절하였는가?”
띳사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띳사, 가서 비구들에게 용서를 구하라.”
띳사는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했지만 오랜 세월 익힌 습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건 다른 비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깔루다이(Kāludāyī)는 지식도 많고 교단 안에서 명망도 높았다. 유능하고 사교성도 뛰어났던 그는 가는 곳마다 신자들에게 환영받았다. 그런데 그는 유난히 음욕이 강해 늘 여인들과 문제를 일으켰다. 정사의 방으로 여인을 불러들이는가 하면 비구니와 가깝게 지내며 자신의 방을 청소시키고 옷을 빨게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부처님께서 꾸짖었지만 그의 습성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부처님의 마부였던 찬나(Channa) 역시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였다.
음식과 가사, 방과 침구를 두고도 비구들의 못된 습성들은 문제를 일으켰다. 승가에 보시된 물품은 구족계를 받은 순서에 따라 공평히 분배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작은 차이를 두고 불만을 품고, 탐욕으로 자신의 불만을 키워 승가에 분란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었다. 멧띠야(Mettiya)와 붐마자까(Bhummajaka)가 그런 이들이었다.
또 좋은 잠자리와 음식을 두고 주먹질을 일삼고, 자기의 뜻을 말보다는 발길질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빤두까(Paṇḍuka)와 로히따까(Lohitaka)가 그런 이들이었다. 마른 잎에 불씨를 뿌리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가는 곳마다 폭력을 일삼고, 불화와 반목을 조장하였다. 승가의 구성원이 되고도 그에 합당한 위의와 덕행을 갖추지 못한 비구들, 교만과 성욕과 탐욕과 분노에 자신을 맡기는 비구들을 부처님은 엄하게 꾸짖으셨다.
“비구들이여, 살아가는 방법 중에 밥그릇을 들고 얻어먹는 것이 가장 천한 일이다.1 사람들이 누군가를 저주할 때‘바가지를 들고 빌어먹을 놈’이라 하지 않는가? 비천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재가자들이 고개를 숙이는 까닭은 보다 수승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발우를 들고 집집마다 걸식하는 삶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왕의 위협이 두려워서인가? 강도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겼는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도망친 것인가? 전염병이 무서워 고향을 등졌는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출가했는가?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출가자의 삶을 선택한 까닭은 오직 하나이다. 길고 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찾기 위해서이다. 출가자의 삶이 고뇌와 재앙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확신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비구들이여, 명심하라. 출가한 이유를 잊어버리고, 출가한 목적을 잊어버리고, 세간에 있을 때의 마음가짐과 다르지 않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키우고,, 출가자의 법도를 배우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하지 않고, 태도를 잘 다스리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는 재가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도 놓치고, 출가자가 얻을 수 있는 행복도 놓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런 이는 화장터에서 시체를 태울 때 쓰는 막대기와 같다. 아래쪽도 시커멓게 그을리고, 위쪽도 시커멓게 그을리고, 가운데는 썩은 시체의 핏물이 흥건히 배인 그런 막대기와 다름없다. 그런 막대기를 어디에 쓰겠는가? 그런 불결한 막대기는 마을에서 장작으로도 쓰지 않는다. 명심하라. 출가자가 출가자의 삶을 살지 못하면 그는 세간의 행복도 놓치고 출세간의 행복도 놓치는 것이다.”
- 걸식 경(Piṇḍlya suttaṃ, S22:80)의 내용과 동일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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