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셨으니 행복하여라! sukho Buddhānaṃ uppādo!

▣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아! 그분 고따마 붓다/고따마 붓다의 생애

4. 마하깟사빠의 귀의

moksha 2017. 5. 19. 13:38

4. 마하깟사빠의 귀의

 

라자가하 거리에는 진리를 전파하고 진리를 배우는 비구들이 나날이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부처님이 발우와 가사를 들고 조용히 죽림정사를 나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북쪽으로 향했다. 라자가하를 벗어나 날란다로 향한 큰길을 따라 한참이나 걸은 부처님은 길가 커다란 니그로다나무 아래 자리를 잡으셨다. 눈에 띄는 모습과 행동을 좀처럼 보이지 않던 부처님이었다. 그런 분이 수많은 사람들과 수레가 지나는 길목에서, 그것도 보란 듯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선정에 드셨다. 한낮의 태양이 기울고 대지가 석양으로 물들 무렵이었다. 한 나그네가 다가와 두 발 아래 예배하였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마가다국 마하띳다(Mahātittha)의 부유한 바라문 아들 삡빨리(Pippali)였다. 여덟 살부터 네 가지 웨다를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통달하였던 그는 일찍이 출가수행에 뜻을 둔 청년이었다. 하지만 외동아들 하나만 바라보는 부모님을 두고 차마 떠날 수 없었다.

스무 살 되던 해, 결혼을 권유하는 부모님의 성화를 견디다 못해 삡빨리는 말씀드렸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제가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는 출가할 생각입니다.”

그는 며느리를 맞아 손자를 보려는 부모님의 뜻도 거역할 수 없었다. 결국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맛다(Madda)국 사갈라(Sāgala)의 꼬시야(Kosiya)종족 장자(長子)의 딸 밧다까삘라니(Baddākāpilāni)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하늘이 도왔는지 그녀 역시 어려서부터 출가수행에 뜻을 둔 여인이었다. 서로의 뜻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매일 밤 꽃다발을 사이에 두고 잠을 잤다. 몇 해 동안 다정한 부부로 살았지만 한 번도 꽃다발은 헝클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도 돌아가시자, 세속 생활을 '불난 초가'처럼 여겼던 삡빨리와 밧다까빌라니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의 머리를 깎아 주었다. 궁궐처럼 커다란 집과 재산을 모두 버리고 흙으로 빚은 발우 하나만 들고서 조용히 집을 나섰다. 토지를 나눠주고 신분까지 해방시켜 준 자애로운 주인을 하인들이 막아서며 울부짖었지만 두 사람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조차 없었다. 세 걸음을 사이에 두고 걷던 부부는 갈림길에 접어들었다. 걸음을 멈춘 삡빨리가 조용히 돌아섰다.

“밧다여, 우리는 이제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함께 길을 걷는 것은 적당치 않습니다. 이젠 그대와 헤어질 시간입니다. 먼저 길을 고르십시오.”

“당신은 남자니 오른쪽 길을 가십시오. 저는 여자니 왼쪽 길을 가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멀어지는 아내의 뒷모습을 삡빨리는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런 뒤 그는 다짐하였다.

‘완전한 지혜를 가진 성자를 만나리라. 청정한 삶을 반드시 성취하리라.’

삡빨리는 발길을 돌렸다. 그쪽은 라자가하로 가는 길이었다. 날란다(Nālandā)를 지나 한참을 갔을 때였다. 길가 나무 아래에 한 수행자가 보였다. 저무는 햇살에 온몸이 황금빛으로 찬란하고, 얼굴에는 평온함이 가득했다.

‘저분이시다.’

오랜 세월 마음속에 그러던 성자를 삡빨리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조심스레 다가가 연꽃 같은 두 발에 머리를 조아렸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지그시 눈을 뜬 부처님은 미소 지으며 손짓하였다.

“가까이 오라. 그대를 기다렸다.”

삡빨리는 가슴 깊은 곳에서 솟는 환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예배하며 말씀드렸다.

“저는 까삘라(Kapila)와 수마나데위(Sumanādevi)의 아들, 깟사빠[Kassapa, 가섭(迦葉)]종족 삡빨리(Pippali)입니다.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당신의 제자입니다. 당신은 진정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영원히 당신의 제자입니다.”

“아는 척하거나 본 척하는 거짓된 스승이 그대처럼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예배를 받는다면 그의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깨어질 것이다. 나는 모르면서 아는 척하거나 보지 못했으면서 본 척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아라, 그대의 예배를 받고도 터럭 하나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사실대로 알고 사실대로 보았기에 알고 본다고 말하는 나는 그대의 예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렇다, 나는 그대의 스승이고 그대는 나의 제자다.”

부처님은 깟사빠에게 훌륭한 가문 태생이 가지기 쉬운 자존심과 교만을 지적하고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도록 일러주셨으며, 아름다운 얼굴과 몸에 대한 자신감과 기쁨을 떨쳐버리기 위해 낱낱의 부위를 하나하나 관찰해 그 실상을 파악하도록 일러주셨다. 부처님은 일주일동안 식사와 잠자리를 함께하며 오직 깟사빠를 위해 법을 설하셨다.

“깟사빠, 그대는 신분의 우월함을 버리고 선배와 후배와 동료들 사이에서 항상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 깟사빠, 그대는 식견의 우월함을 떨치고 어떤 법을 듣건 귀를 기울이고 마음에 새기며 깊이 사유해야 한다. 깟사빠, 그대는 탁월한 재능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고 항상 게으르지 말며 즐거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수행해야 한다.”

팔 일째 되던 날, 마하깟사빠(Mahākassapa)는 모든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 아라한이 되었다.

함께 라자가하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두 아라한은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러 숲으로 들어갔다. 깟사빠는 재빨리 가사를 벗어 네 겹으로 접은 다음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에 깔았다.

“세존이시여, 이곳에 앉으십시오.”

미소를 보이고 자리에 앉은 부처님이 가사의 끝자락을 매만지며 말씀하셨다.

“그대의 가사가 참 부드럽구나.”

마하깟사빠는 기다렸단 듯이 합장하고 말씀드렸다.

“이 가사를 세존께 바치고 싶습니다. 받아주소서.”

“그대는 어찌하려고?”

“부처님께서 입으신 가사를 제게 주십시오.”

부처님은 웃음을 보이며 당신의 가사를 마하깟사빠에게 건넸다. 그건 묘지에 버려진 헝겊을 기워 만든 분소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