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셨으니 행복하여라! sukho Buddhānaṃ uppādo!

▣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아! 그분 고따마 붓다/고따마 붓다의 생애

2. 슬픔에 젖은 까삘라왓투(Kapilavatthu)

moksha 2017. 5. 9. 21:11

2. 슬픔에 젖은 까삘라왓투1(Kapilavatthu)

 

샘과 강이 마르고 풀고 나무도 시들어버렸다. 까삘라 사람들은 위아래를 막론하고 비탄의 눈물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두고 온 태자 생각에 찬나의 걸음은 더디기만 하였다. 태자가 사라진 지 팔 일째 되던 날, 멀리 성문 밖으로 태자가 사랑하던 말 깐타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온 성에 갑자기 활기가 돌았다. 마구간에 매어 둔 말들이 뛰고 정원의 새들까지 밝은 목소리로 노래하였다.

그러나 성문으로 들어선 찬나와 깐타까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장 먼저 달려 나온 사람은 야소다라였다. 그녀는 깐타까의 목에 매달려 한참을 흐느끼다 커다란 나무가 꺽이듯 쓰러졌다. 마하빠자빠띠도 달려 나왔다. 마하빠자빠띠는 주저앉아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보드라운 옷만 입던 네가 따가운 햇살과 들판의 벌레를 어찌 견딜까. 폭신한 이불에 눕던 네가 기시 돋친 풀밭에 어찌 누울까. 기름진 음식만 먹던 네가 거친 음식과 굶주림을 어찌 견딜까. 사나운 짐승과 도적들이 우글거리는 깊은 숲에서 누가 널 보호한단 말이냐.”

정신을 차린 야소다라는 분노를 감추지 않고 찬나에게 소리쳤다.

“목숨 바쳐 태자를 보호해야 할 놈이 혼자 돌아왔단 말이냐.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찬나는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어찌 죽음을 각오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돌아온 건 태자님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찬나가 건넨 보석을 받아 쥔 야소다라는 하늘을 우러러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왜 저를 버리고 혼자 가셨습니까. 도를 닦기 위해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산속에 들어간 왕이 예전에도 있었단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아내와 자식만큼은 데려갔다고 하더군요. 제 정성이 부족했나요, 제가 싫었나요, 핏덩이 라훌라가 가엽지도 않나요, 도대체 무엇이 좋아 혼자 떠나셨습니까? 저를 버리고 당신 혼자 천상에 태어나 천녀들과 즐기기라도 하겠단 건가요.”

야소다라는 손에 놓인 보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약속하던 보석이 이젠 변치 않는 슬픔으로 남겠군요. 이렇게 버림받고도 제 심장이 찌어지지 않는 건 제가 쇠붙이나 돌덩이기 때문이겠지요.”

태자를 염려하며 사당에세 기도하던 숫도다나왕이 통곡소리에 놀라 뜰로 달려 나왔다. 찬나는 태자의 상투를 장식했던 보석과 일산, 그리고 백마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쓰러지고 말았다. 대신들의 부축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 숫도다나왕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들아, 너를 위해 지어준 세 개의 궁전으로도 부족했느냐. 왜 그것을 버리고 인적도 드문 황야를 떠돌고 숲을 헤매느냐. 그 옛날, 전륜성왕이 되리라던 바라문들의 예언에 어찌나 기뻤던지 나도 모르게 갓난아기인 너에게 예배했었지. 아들아, 그런 네가 이 아비와 나라를 버린단 말이냐. 이 성을 지켜주던 수호신들도 이제 모두 성을 떠나겠구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아들을 숫도다나왕은 포기할 수 없었다. 숫도다나왕은 몸을 추스르고 국사와 대신들을 불러 태자를 뒤쫓도록 명령하였다.

“데려와야 한다,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


  1. 까삘라왓투(Kapilavatthu) : 까삘라왓투(Kapilavatthu)는 부처님의 고향이자 히말라야에 가까운 곳에 있는 석가족의 수도이며, 까삘라(Kapila) 선인의 충고로 옥까까(Okkāka)왕의 왕자들이 터를 닦은 도시이다. 그래서 까삘라왓투라고 이름 지었다.(DA.i.259) 부처님 당시에는 숫도다나를 왕으로 한 공화국이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