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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아! 그분 고따마 붓다/고따마 붓다의 생애

7. 소치는 다니야

moksha 2017. 6. 3. 21:29

7. 소치는 다니야

 

마히 강변에서 많은 소를 방목해 키우는 다니야1(Dhaniya)란 사람이 있었다. 위데하 왕국의 도시 담마꼰다(Dhammakoṇḍa)의 부유한 아들로 태어난 그에게는 많은 황소와 암소, 그리고 사랑스런 아내와 일곱 명의 아들딸이 있었다. 그는 우기와 사 개월은 고지대에 머물고 나머지 팔 개월은 풀과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강변이나 호숫가에 머물렀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는 홍수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목동들은 우기의 징조를 알아차려야 했다. 현명했던 다니야는 새들이 나뭇가지 끝에 집을 짓고 게들이 육지 가까이 구멍으로 드나들면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또 새들이 낮은 곳에 집을 짓고 게들이 물 가까이 구멍으로 드나들면 비가 적게 내린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비가 내릴 징조를 알아차린 다니야는 섬에서 나와 49일 동안 쉴 새 없이 비가 쏟아져도 침수되지 않을 지역에 튼튼한 외양간을 짓고 거처를 마련하였다. 목재와 풀을 충분히 모으고, 암소에게 젖을 짜고, 천둥과 번개에 놀라 날뛸지도 모를 송아지들을 말뚝에다 단단히 묶고, 벌레들을 쫒을 모깃불도 사방에 피웠다.

그의 예상대로 사방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고, 머리를 깍은 한 낯선 손님도 찾아들었다. 장작이 활활 타오르는 화롯가에 모여 온가족이 식사를 하고, 손님에게도 넉넉히 대접하였다. 아이들의 즐거운 소란에 흐뭇한 미소를 보이던 다니야가 식사를 마치고 창문을 열었다. 짙은 구름으로 캄캄해진 하늘이 바위라도 쪼갤 듯 우르릉거리고, 사방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행복한 사내 다니야는 소몰이막대로 장단을 치며 노래하였다.

 

이미 밥도 짓고 우유도 짜 놓고

나는 마히 강변에서 가족과 함께 지냅니다.

나의 움막은 지붕이 덮이고 불이 켜졌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낯선 손님이 그 장단에 맞춰 노래하였다.

 

분노하지 않는 나는 마음의 황무지에서 벗어나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지냅니다.

나의 움막은 훤히 드러나고 나의 불은 꺼졌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주고받는 목동과 사문의 노래는 이어졌다.

 

쇠파리나 모기들이 없고

소들은 늪가에 우거진 풀 위를 거닙니다.

비가 내려도 그들은 참고 견딜 것이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나의 뗏목은 이미 잘 엮여

거센 물결을 넘어 피안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뗏목이 필요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나의 아내는 온순하고 탐욕스럽지 않아

오랜 세월 함께 살아왔지만 항상 마음에 듭니다.

그녀에게 흠이 있다는 말 듣지 못했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나의 마음 내게 순종해 해탈하고

오랜 세월 잘 닦여지고 잘 다스려져 있습니다.

내게서 그 어떤 흠도 찾아볼 수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나는 내 노동의 대가로 살아가며

건강한 나의 아이들과 함께 지낸답니다.

그들에게 나쁜 점이 있다는 말 듣지 못했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나는 누구에게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가 얻은 것으로 온 누리를 거닙니다.

또한 대가를 바랄 이유도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다 자란 송아지도 있고, 젖먹이 송아지도 있고

새끼 밴 어미 소도 있고, 또 발정난 암소도 있답니다.

게다가 암소의 짝인 황소까지 있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다 자란 송아지도 없고, 젖먹이 송아지도 없고

새끼 밴 어미 소도 없고, 또 발정난 암소도 없습니다.

게다가 암소의 짝인 황소까지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말뚝은 단단히 박혀 흔들리지 않고

문자 풀로 새 밧줄도 튼튼히 꼬았답니다.

젖먹이 송아지는 끊을 수 없을 것이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황소처럼 고삐를 끊고

코끼리처럼 냄새나는 넝쿨을 짓밟았답니다.

나는 다시 모태에 들지 않을 것이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노래가 끝나고 검은 비구름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은 금세 언덕까지 찰랑거렸다. 다니야와 아내는 낯선 손님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다니야의 두 딸도 다소곳이 그분의 발아래 합장하였다. 사방에 가득한 빗소리를 들으며 다니야가 공손히 여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저는 고뇌로 가득 찬 삶과 죽음의 강을 건넌 자입니다.

“거룩하신 분이여, 저희는 당신을 만나 실로 얻은 바가 큽니다. 안목을 갖추신 분이여, 당신께 귀의합니다. 우리의 스승이 되어 주소서, 위대한 성자여. 아내도 저도 순종하며 행복한 당신 곁에서 청정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희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강을 건너 저 언덕에 이르러 괴로움을 끝내게 하소서.

그때 악마가 다가와 속삭였다.

 

자식이 있는 이는 자식으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합니다.

집착의 대상으로 말미암아 사람에게 기쁨이 있나니

집착이 없는 사람에게는 기쁨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식이 있는 이는 자식으로 인해 슬퍼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슬퍼합니다.

집착의 대상으로 말미암아 사람에게 슬픔이 있나니

집착이 없는 사람에게는 슬픔이 없습니다.


  1. 이 부분은 구타카니까야 숫타니파타 다니야의 경(Dhaniyasutta, Sn1:2)의 내용과 시설연유이기도 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