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셨으니 행복하여라! sukho Buddhānaṃ uppādo!

▣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아! 그분 고따마 붓다/고따마 붓다의 생애

5. 깟사빠 삼형제의 제도

moksha 2017. 5. 16. 22:32

5. 깟사빠 삼형제의 제도

 

가야(Gayā)에 다다른 부처님은 우루웰라(Uruvelā)의 깟사빠(Kassapa)를 찾아갔다. 그에게는 오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소라처럼 상투를 튼 그들을 바라문의 전통에 따라 웨다를 읽으며 성스러운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고 있었다.

“깟사빠여, 당신의 처소에서 쉬어갈 수 있겠습니까?”

바라문의 권위를 자부하는 깟사빠는 곁눈질로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이곳엔 이미 수행자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대가 쉴만한 곳은 업습니다.”

“깟사빠여, 지장이 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사당에서라도 하룻밤 자고 갈 수 있겠습니까?”

“내게 지장이 될 건 없지만 사당 안에는 사나운 독룡(毒龍)이 있습니다. 당신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룻밤 쉴 수 있게만 해주십시오.”

“사당은 넓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사당에는 그들이 섬기는 세 개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부처님은 풀을 깔아 자리를 만든 뒤 가부좌하고 삼매에 들었다. 한밤중에 독룡이 나타났다. 경배하지도 않고 자신의 처소를 차지한 부처님에게 화가 난 독룡은 독 기운이 가득한 연기를 뿜었다. 사나운 독룡의 신통력을 빼앗기 위해 부처님 역시 신통력으로 독룡에게 연기를 뿜었다. 화가 난 독룡은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부처님 역시 화광삼매에 들어 독룡에게 불꽃을 토하였다. 사당은 불이라도 난 것처럼 연기와 붉은 불꽃에 휩싸였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바라문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던졌다.

“가엾어라. 저 사문도 독룡에게 죽는구나.”

이튿날 아침,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부처님이 사당에서 걸어 나오셨다. 부처님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은 깟사빠에게 발우를 내밀었다.

“이것이 당신이 말하던 독룡입니까?”

발우 안에는 작은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깟사빠는 말이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독룡을 굴복시키다니 사문 고따마의 신통력은 대단하구나. 하지만 나와 같은 아라한은 아니다.’

신비한 일은 끊이지 않았다. 부처님은 그들과 떨어져 가까운 숲에 머무셨다. 그러자 그 숲은 가끔씩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도 휘황하게 빛났다. 깟사빠의 제자들은 하나둘씩 부처님을‘위대한 사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마가다(Māgadhā)국과 앙가(Aṅga)국 두 나라에서 많은 신자들이 찾아오는 큰 제삿날이 다가왔다. 깟사빠는 성대한 축제와 공양물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매일 아침 탁발하러 오는 부처님이 이날만큼은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깟사빠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저 사문이 사람들 앞에서 신통력을 보이면 내 위신이 떨어질 텐데. 내일만큼은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먼.’

다행히 제사를 지내는 날 부처님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발우를 든 부처님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깟사빠는 짐짓 반색하며 맞이하였다.

“어제는 공양물도 많았는데 왜 오지 않았습니까?”

부처님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다.

“제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날 이후, 깟사빠와 깟사빠의 제자들은 부처님을 위대한 사문으로 존경하며 감히 함부로 대하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한밤중에 넘친 강물은 언덕 위에 자리한 깟사빠의 처소까지 넘실거렸다. 깟사빠는 강기슭에 머무는 부처님이 걱정되었다. 깟사빠와 제자들은 배를 타고 횃불을 밝혀 부처님을 찾았다. 강기슭의 숲은 이미 거센 강물이 삼켜버린 뒤였다. 깟사빠는 소리쳤다.

“고따마여, 어디 계십니까? 위대한 사문이여, 어디 계십니까?”

“깟사빠여, 저는 여기 있습니다.”

그와 그의 제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짙은 어둠 속 강물 위를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마치 마른 땅 위를 걷듯이. 배에 오른 부처님의 두 발에는 한 방울의 물도 묻어 있지 않았다. 먼지가 날릴 것 같은 그의 발아래 깟사빠는 머리를 조아렸다. 오랫동안 때를 기다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깟사빠여, 그대는 아라한이 아닙니다. 아라한의 길에도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아라한이 아닙니다. 아라한의 길에 이르지도 못했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아라한이십니다.”

우루웰라 깟사빠(Uruvelākassapa)는 교만과 권위를 버리고 합장한 채 말을 이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당신을 따르도록 허락하소서.”

잠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오백 명이나 되는 바라문들의 지도자입니다. 나의 제자가 되고자 한다는 뜻을 그들에게 먼저 알려야 합니다. 당신의 제자들에게 각자의 길을 선택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당신이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처소로 돌아온 깟사빠는 제자들을 빠짐없이 모으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여러분, 나는 아라한이 아닙니다. 나의 가르침 역시 아라한의 길이 아닙니다. 진정한 아라한은 오직 한 분, 세존뿐입니다. 진정한 아라한의 길 역시 세존의 가르침뿐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그분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길을 가십시오.”

제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하였다.

“저희도 스승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깟사빠와 그의 오백 제자는 땋았던 머리를 자르고 부처님께 간절히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당신께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오십시오, 비구들이여. 나의 가르침 안에서 청정한 범행을 닦아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십시오.”

밤낮없이 타오르던 사당의 불은 꺼졌다. 제사 도구들은 성스러운 네란자라강에 던져버렸다. 강물은 북쪽 가야로 흘렀다.

“여러 생에 지은 온갖 죄업, 이제 강물에 씻어버립시다.”

이른 봄, 냉기가 가시지 않은 강물에 하루 세 차례씩 몸을 담그고 기도하던 강 하류의 수행자 나디깟사빠(Nadīkassapa)는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강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뭉텅 뭉텅 잘려진 머리카락에는 소라처럼 땋았던 흔적이 역력했다. 떠내려 오는 제사 도구들은 형님이 목숨보다 소중히 간직하던 것들이었다. 상류에 머무는 형님에게 변고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둘째는 삼백명의 제자들을 이끌고 허겁지겁 우루웰라로 달려갔다. 나디깟사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기상과 위엄이 넘치던 형이 바라문의 권위와 수행자의 자존심을 상징하던 머리카락을 자르고 한 젊은 사문의 발아래 예배하고 있었다.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우루웰라깟사빠(Uruvelākassapa)는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동생에게 들려주었다. 눈을 감고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던 둘째 동생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우루웰라깟사빠가 잘라 말했다.“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둘째 동생과 그의 제자들 역시 미련 없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사문이 되었다. 가야(Gayā)에 머물던 셋째 동생 가야깟사빠 역시 형들의 출가 소식을 듣고 그의 제자 이백 명과 함께 찾아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불에 제사를 지내 공덕을 쌓고 물로 죄업을 씻으려던 삼형제 우루웰라깟사빠ㆍ나디깟사빠(Nadīkassapa)ㆍ가야깟사빠(Gayākassapa)와 그들의 제자들은 보시로 공덕을 쌓고 팔정도로 죄업을 씻는 열반의 강에 몸을 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