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셨으니 행복하여라! sukho Buddhānaṃ uppādo!

▣ 열반은 궁극의 행복이다. (nibbānaṁ paramaṁ sukhaṁ) ▣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 지속되기를!(Buddhasāsanaṃ ciraṃ tiṭṭhatu!)

아! 그분 고따마 붓다/고따마 붓다의 생애

4. 야소다라와의 재회

moksha 2017. 5. 28. 20:27

4. 야소다라와의 재회

 

궁중은 분주했다. 음식을 준비한 여인들이 모두 달려 나와 경의를 표하고 환대하였다. 그들은 능숙한 솜씨로 음식과 과일을 올리며 부지런히 시중을 들었다. 부처님은 한쪽에 앉아 조용히 합장하였다. 오직 한 사람, 라훌라의 어머니만은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숫도다나왕과 어머니 마하빠자빠띠는 부처님이 공양하는 동안 내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네가 우루웰라에서 고행하다 굶주림에 지쳐 죽었다는 소문이 돈 적 있단다.”

“그때 그 말을 믿으셨습니까?”

“믿지 않았지. 내 아들 싯닷타가 목적을 성취하기도 전에 죽을 리가 없지. 절대 그럴 리 없지.”

부처님은 공양을 마치고 부모님과 궁중의 여인들을 위해 법을 설하셨다. 악을 경계하고 바른 법을 닦는 집안에 제 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자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집안에는 젊어서 비운에 죽는 사람이 결코 없음을 힘주어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숫도다나왕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흐르는 눈물을 거두지 못하던 마하빠자빠띠도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아들의 두 발을 쓰다듬었다.

“궁궐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호위를 받던 네가 산속에서 혼자 어떻게 지냈느냐?” “두려움을 떨치면 숲도 궁궐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늘 호화로운 까시산 비단옷을 입었는데ㆍㆍㆍ 분소의가 불편하지는 않느냐?”

“탐욕이 가득했던 옛이야기입니다. 새털이나 양모나 목면이나 비단으로 만든 옷보다 지금은 분소의가 더 좋습니다.”

“걸식한 음식들은 어떻게 먹었느냐?”

“세상 사람들 다 먹는 음식입니다. 어찌 싫다 할 수 있겠습니까.”

대중을 둘러본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홀로 살면서 방일하지 않는 성자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나니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이끄는 이

현명한 이들은 그를 성자로 압니다.

 

궁중의 모든 사람들이 사꺄(Sakyā)족 성자를 자랑스러워하며 환희의 찬가를 불렀다. 우렁찬 찬탄의 노래는 야소다라의 방까지 울렸다. 두꺼운 휘장으로 사방을 가린 그녀의 방에는 햇빛 한 줌 들지 않았다. 궁중의 여인들이 달려와 조심스레 말했다.

“태자비님, 그토록 기다리던 태자님이 오셨습니다. 이제 그만 나오셔요.”

휘장 너머에서 무겁고 차가운 야소다라의 음성이 방 안을 울렸다.

“그가 나를 떠나갔다ㆍㆍㆍ그가 나에게 다시 와야 한다. 내가 왜 그에게 가야 한단 말인가.”

그녀에게 두 번 권할 수 없었다. 공양과 설법이 끝나고 숲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처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때였다. 방을 나서는 아들 앞을 숫도다나왕이 막아서며 두 손을 내밀었다. 아들의 발우를 소중히 받아든 숫도다나왕은 낮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꼭 가야할 곳이 있다.”

말없이 따라나서는 부처님을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가 뒤따랐다. 화려한 문양을 새긴 긴 회랑을 지나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궁중 깊은 곳에서 숫도다나왕이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 보거라.”

잠시 눈을 감았던 부처님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그냥 두십시오. 누구도 그녀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은 무거운 문을 열고 두꺼운 휘장을 걷으셨다. 방 한구석 울음을 삼키는 어두운 그림자가 보였다.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를 물린 부처님은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가 침상 가까이 놓인 자리에 앉으셨다. 한참 후 무거운 침묵을 뚫고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작은 흐느낌은 이내 통곡이 되어 궁전 회랑을 휘감았다.

꿈에 그리던 그이의 발아래 야소다라는 쓰러졌다. 붉은 연꽃 같은 두 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보고 싶었다고, 왜 이리 늦었냐는 말을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목에 걸린 울음만 토했다.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릴 뿐 아무도 막지 않았다. 야소다라의 슬픔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당신의 두 발이 흥건히 젖도록 부처님 역시 말씀이 없었다. 숫도다나왕이 다가가 며느리의 두 어깨를 가만히 다독였다.

“네가 거친 베옷을 입는다는 소리를 듣고 야소다라는 비단옷을 버렸단다. 네가 장신구를 걸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야소다라는 화장을 그만두었단다. 네가 맨땅에서 잔다는 소리를 듣고 야소다라는 방 안의 이불을 모두 치워버렸단다. 네가 출가한 후 다른 왕실에서 패물을 보내왔지만 야소다라는 모두 거절했단다. 야소다라는 늘 너를 믿고 사랑하고 그리워했단다.”

야소다라의 눈물을 말없이 바라보던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야소다라가 저를 보살피고 절개를 지켰던 것은 금생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