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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띠빳띠(paṭipatti)-수행/대념처경(大念處經)

[스크랩] 大念處經의 주석서에 대한 이해 / 미산 스님

moksha 2017. 8. 29. 12:09

 

大念處經의 주석서에 대한 이해 / 미산 스님



* 미산스님은 1972년 백양사로 출가한 이래 수행과 교학에 전념해왔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를 졸업한 후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불전언어인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연구하여, 인도 뿌나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양학부에서 “남방불교 찰나설의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하바드대학교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최근의 연구 관심분야는 초기불교의 수행론과 禪 심리학이며, 현재 고불총림 백양사 참사람 수행원 원장을 맡아 수행문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차 례


 

I.  머리말
II. 『대념처경』의 구조와 『청정도론』에 나타난 수행체계
   1. 『대념처경』의 구조
   2. 『청정도론』에 나타난 수행체계
III. 주석문헌의 『대념처경』에 대한 해석
   1. 『대념처경』 서론에 대한 해석
   2. 수행자의 근기와 사념처 수행
   3. 신념처의 입출식념에 대한 해석
      1) 어디에 sati의 기준점을 둘 것인가?
      2) 호흡의 心像과 위빠싸나를 닦기 위한 사마타 행법
      3) 온몸인가 호흡 전체인가?
      4) 다른 사람의 호흡을 관찰함이란?
   4. 수념처에 대한 해석
   5. 사념처 수행의 기간과 보편성
IV. 맺음말
참고문헌



 

1. 머리말


붓다가 이 세상에 정법(正法)을 전한 이래로 각 불교 전통의 선지식들은 정법의 상속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불교사를 통해서 볼 때, 붓다의 근본 가르침이 희석되고 수행법의 혼란이 있을 때 마다 새롭게 경전결집을 했고 수행결사 운동을 통해서 바른 수행정신을 고취시켰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경전과 주석서 그리고 수행관계 서적들은 선지식들의 이러한 원력과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이런 문헌의 전승으로 인하여 우리는 오늘날까지 불교의 다양한 수행이론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헌의 전승만으로는 수행의 실제 행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2000년 전 인도의 설일체유부와 같은 부파불교의 수행자들이 행했던 다양한 수행법은 문헌을 통해서 만 볼 수 있지, 정확한 실제 행법은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방의 상좌불교는 수행체계에 대한 문헌 뿐 만 아니라 구체적인 수행법도 현재까지 전승 발전시켜왔다. 현대의 남방 상좌 불교의 수행전통을 전승하여 세계화하는데 그 기틀을 마련해 준 분들은 미얀마의 레디 사야도(Ledi Sayadaw) 계통과 마하시 사야도(Mahasi Sayadaw) 계통의 선지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1) 이 스승들이 가르치는 위빠싸나 수행법은 주로『대념처경』(大念處經 Mahāsatipaṭṭhāna Sutta) 혹은『염처경』(念處經 Satipaṭṭhāna Sutta)에2) 근거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통적인 주석서에 의존하기도 한다.   


본 논문은 위빠싸나 수행의 소의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대념처경』의 팔리 주석문헌에 대한 연구이다. 붓다고사(佛音 Buddhaghosa)와 같은 남방의 옛 선지식들은 전승되어온 이 경에 대한 해석들을 팔리 주석문헌에 잘 정리해 놓았다. 약 2000여 년 전의 주석가들이『대념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는지, 이들의 수행이론이 현재의 스승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주석서 자체에 대한 문헌학적인 연구가 아니라 옛 주석가들이『대념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제 수행에 적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현재 위빠싸나 수행자들 사이에 자주 거론되는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3) 현대의 위빠싸나 수행 지도자들의『대념처경』의 해석은 다른 발제자들이 자세히 다루고 있으므로 이 논문에서는 간략한 비교를 통해서 주석서의 해석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보여 주었다. 


주로 사용한 주석문헌은『장부』(長部 Dīghanikāya)의 주석서인『수망갈라위라시니』(Sumaṅgalavilāsinī)에 들어있는『대념처경』의 주석서이다.『염처경』의 주석서는 필요한 경우에 만 사용하였으며 『대념처경』의 주석서에 나타난 수행체계를 정리하는데 있어서는『청정도론』(淸淨道論 Visuddhimagga)을 참고하였다.4) 

 


II. 『대념처경』의 구조와 『청정도론』에 나타난 수행체계


현존하는 문헌들은 얼마나 정확히 붓다의 본래 수행법과 이론을 전하고 있을까? 붓다와 그의 직계제자들이 가신 후 이미 수 백년이 지나서야 성립된 주석문헌들은 실제 수행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론화하는 과정에서 혹시 실제 행법과는 다른 도식화된 해석이 삽입되어 왜곡된 상태로 전승된 것은 아닌가? 이 물음들은 후대에 성립된 문헌들을 다룰 때 흔히 대두되는 것들로써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상반된 태도가 있다. 첫 번째는 주석서의 해석은 초기 경전을 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붓다가 의도한 본래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는 부정적 태도이다. 두 번째는 현존하는 문헌들은 어짜피 역사적 산물이므로 본래의 의미가 변질 되었을 가능성을 일단 인정하되, 붓다의 근본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고 실제 수행의 입장과 부합된다면 선택적으로 수용하려는 긍정적 태도이다. 논자는 후자의 입장에서 주석서의 수행체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미『청정도론』에 체계적인 설명을 했기 때문에『대념처경』주석서에는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전체적인 수행체계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 주석서에 나타난 위빠싸나 수행의 단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청정도론』을 의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5)『청정도론』에 나타난 수행체계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대념처경』의 구조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1. 『대념처경』의 구조


『대념처경』은 기본적으로 신·수·심·법(身受心法)을 관찰의 대상으로 한다. 이것을 4념처라 하는데, 경전은 이 4가지 염처를 기본축으로 하여 각각의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현상에 대한 관찰을 제시한다. 신념처에 14가지의 육체적 현상, 수념처에 9가지의 감각적 현상, 심념처에 16가지의 심리적 현상, 그리고 법념처에 5가지 범주의 정신·육체적 현상에 대한 관찰을 정형구(定型句)와 함께 열거하고 있다. 이같은 관찰들이 『대념처경』의 본론을 구성하고 있고 이 모든 현상들의 생멸 무상성(生滅 無常性)을 골자로 하는 정형구(III)가 각각의 수행법에 대한 설명 뒤에 21번 반복된다. 서론에서는 사념처 수행이야말로 슬픔과 괴로움을 떠나 영원한 행복의 세계인 열반에 이르는 유일한 길(ekāyana magga)임을 강조하는 정형구(I)와 함께 사념처 수행의 핵심을 나타내는 정형구(II)가 각 염처마다 한번씩 반복된다. 아울러 결론에서도 사념처 수행은 열반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정형구를 반복하면서 수행에 소요되는 기간과 깨침의 성취에 대해 언급한다. 이런 기본 구조를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도표1: 『대념처경』의 구조


구성       주제    정형구 유형   반복횟수


서론  열반에 이르는 유일한 길   정형구 I           1

            사념처 수행의 핵심   정형구 II           4


본론  신념처-육체적 현상 관찰 (14)  정형구 III        14

            수념처-감각적 현상 관찰 (9)  정형구 III        1

            심념처-심리적 현상 관찰 (16)  정형구 III        1

            법념처-정신·육체적 현상 관찰 (5)  정형구 III        5


결론  수행기간과 깨침의 성취

            열반에 이르는 유일한 길   정형구 I           1


위의 『대념처경』의 구성을 살펴보면 수행이 신→수→심→법의 순서로 진전되어가는 것처럼 되어있다. 그러나 이런 평면적인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실제 수행에 있어서는 법념처를 바탕으로 신·수·심을 수행할 수 있고, 수념처를 기반으로 하여 신·심·법을 닦아갈 수 있으며, 혹은 심념처를 통해서 신·수·법을 수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는 어떤 염처를 닦더라도 항상 법념처가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닐까? 『대념처경』자체에 사념처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념처경』에 대한 연구 분석을 통해, 혹은 다른 염처계 계통의 경전들을 비교분석하여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6) 이것은 이번 학술회의의 다른 연구자들이 논의할 것이므로, 이 논문에서는 『대념처경』 주석서의 입장만을 정리하였다. 사념처 수행의 차제에 관한 문제는 다음 장에서 수행자의 근기와 사념처 수행과의 관계를 다룰 때 자세히 논의하기로 한다. 


수행자가 사념처 중에서 어느 하나의 염처를 택하거나 모두를 차재로 수행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청정도 혹은 해탈도를 성취할 수 있을까? 앞에서 언급했듯이『대념처경』에는 수행법 자체만을 설하고 있을 뿐 이론적 체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다. 주석서에도 역시 부분적으로만 설명하며 전체적인 수행체계는 청정도론을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 남방의 선지식들이 실제 위빠사나 수행지도를 할 때 주로『청정도론』의 수행체계를 자주 언급하며 이 수행이론은 팔리 주석문헌에 흔히 거론되는 수행체계이기 때문에 다음에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2. 『청정도론』에 나타난 수행체계


수행이론은 열반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이정표와 같은 것이다. 불교의 여러 전통들은 수행의 방법에 따라 나름대로의 수행이론을 정립하고 이에 상응하는 실천체계를 세워 놓았다. 남방 상좌불교의 수행이론 체계의 확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지식은 붓다고사이며 그의 저서『청정도론』은 5세기 이전의 상좌불교 수행 이론을 총망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청정도론』은 계정혜(戒定慧) 3학(三學)을 기본골격으로 하여 中部『전차경』(傳車經 Rathavinīta Sutta)에7) 나오는 7 청정(satta visuddhi)의 구조를 사용해 수행이론을 종합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7 청정이란 7 단계의 열반에 이르는 정화의 길을 말한다.
 

첫 번째인 청정한 계를 지키는 것(sīla visuddhi)은 수행의 시발점이며 모든 불교 수행의 근간이다. 수행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우선 생활을 도덕적으로 정화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계의 4가지 청정성을 언급한다. 즉 근본계목(pāṭimokkha)의 준수, 다섯 감관(五感)의 지킴, 정법에 따르는 올바른 삶, 검소한 생활이다.8)


두 번째는 맑은 마음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삼매수행(citta visuddhi)이다.9) 마음을 한 곳에 모아 번뇌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수련법이며 마음의 정화법이다. 삼매를 우선으로 닦는 사마타 수행자(止行者 samathayānika)는 40가지의 선정수행 주제(業處 kammaṭṭhāna)를 중심으로 근접삼매와 몰입삼매를 닦아 4색계선과 4무색계정을 성취하도록 한다. 물론 순수 위빠싸나(純觀, suddha vipassanā)를 닦는 수행자는 위와 같은 선정의 차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찰나삼매를 통해서 지혜의 발현을 위한 청정 수행으로 나아가게 된다.10)


세 번째는 견해의 정화(見淸淨 diṭṭhi visuddhi)인데11) 이 단계에서는 정신과 육체의 현상을 구별하는 앎(名色區別知 nāmarūpapariccheda ṇāṇa)이 발현된다. 이는 ꡔ대념처경ꡕ에서 설하고 있는 身受心法(특히 身과 受)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얻어지는 지혜라 할 수 있고, 위빠싸나 수행을 통해 얻는 지혜의 첫 단계이다.


네 번째는 의심의 정화(度疑淸淨 kaṅkhāvitaraṇa visuddhi)인데12) 현재의 정신과 육체는 어떤 절대적인 주체자나 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건에 의해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일 뿐이라는 앎(緣把握知 paccayapariggaha ṇāṇa)을 얻는 것이다. 모든 현상을 연기적으로 파악하므로써 존재의 기원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는 단계이다.


다섯 번째는 바른 길(正道)과 바르지 못한 길(邪道)을 구분하는 안목의 정화(道非道智見淸淨 maggāmaggañāṇadassana visuddhi)이다.13) 본격적인 위빠싸나의 수행단계로써 현상들의 무상․고․무아에 대한 사유에 의한 앎(思惟知 sammasana nāṇa)이 형성된다. 그러나 생멸 현상에 대한 완전한 앎이 아니라 아직은 피상적인 앎의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위빠싸나 수행의 초기에 일어나는 특이한 체험들에 현혹될 우려가 있다. 이 특이한 체험들을 위빠싸나 우빠낄레사(觀隨染 vipassanā upakkilesā)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10가지 현상으로 분류된다.14) ①마음속에서 강한 빛을 경험하기도 하고(光明 obhāsa), ②예리한 이해력이 생겨 경전이나 교리의 깊은 의미를 꿰뚫듯이 이해되기도 하며(知 ñāṇa), ③몸의 전율을 느끼는 희열이 생기기도 하고(喜 pīti), ④몸과 마음은 아주 안정되어 편안해지며(輕安 passaddhi), ⑤마음에서 강렬한 즐거운 느낌을 느끼기도 하며(樂 sukha), ⑥강한 신심이 생겨나기도 하고(勝解 adhimokkha), ⑦더욱더 수행에 전념하여 정진을 하며(努力 paggaha), ⑧흔들림 없는 마음챙김이 뚜렷하게 항상 자리잡고 있기도 하고(現起 upaṭṭhāna), ⑨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현상들에 대해서 마음은 더욱더 평온해지며(捨 upekkhā), ⑩이러한 제 현상들에 대하에 미세한 집착과 욕망이 일어난다(欲求 nikanti). 이와 같은 10가지 유사열반체험을 극복하면서 바른 길과 바르지 못한 길을 구분하여 정도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正道에 대한 안목의 정화(行道智見淸淨 paṭipadāñāṇadassana visuddhi)인데,15) 이것은 다음의 9가지 앎의 단계로 구성되어있다. 생멸에 대한 앎(生滅隨觀知 udayabbayānupassanā ñāṇa)이 명료해지며, 소멸에 대한 앎(壞隨觀智 bhaṅga ñāṇa), 소멸 관찰을 통해 나타나는 두려움에 대한 앎(怖畏隨觀智 bhayatupaṭṭhāna ñāṇa), 두려움 관찰을 통한 위태로움에 대한 앎(過患隨觀智 ādīnavānupassanā ñāṇa), 위태로움 관찰을 통한 염리(厭離)에 대한 앎(厭離隨觀智 nibbhedānupassanā ñāṇa), 염리를 통한 벗어나고자 함에 대한 앎(脫欲智 muccitukamyatā ñāṇa), 삼법인의 재성찰에 대한 앎(省察隨觀智 paṭisaṅkh ānupassanā ñāṇa), 유위의 현상을 평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에 대한 앎(行捨智 saṅkhārupekkhā ñāṇa)이며, 마지막으로 출세간의 길을 향해 수순해가는 것에 대한 앎(隨順智 anuloma ñāṇa)이다. 이처럼 완전히 바른 길의 괘도에 들어 안목이 성숙되므로 해서 범부의 종성(種姓)을 벗어버리고 성인의 종성을 얻게 되는 전환의 단계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을 세간에서 출세간으로 전환하려는 것에 대한 앎(種姓智 gotrabhū ñāṇa)이라 한다. 이 경지는 여섯 번째 청정에서 일곱 번째 청정의 중간에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과도기적인 앎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곱 번째는 앎과봄의 정화(智見淸淨 ñāṇadassana visuddhi)인데,16) 삶을 보는 안목이 완전히 전환된 상태로 사성제에 대한 깨침을 얻어 출세간적인 정견을 갖추게 된다. 이것을 4가지 출세간도(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에 대한 앎이라고 한다. 이상의 설명을 도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도표2: 계정혜 3학과 7가지 정화와 관찰수행의 단계


출세간  VII. 앎과봄의 정화 ․ 4가지 출세간도의 앎

                                    ⇧

                              ․ 세간→출세간 전환의 앎

                  ⇧   ⇧

  세간      ․ 출세간을 향한 隨順의 앎

                              ․ 유위의 현상에 대한 평정함의 앎

                              ․ 삼법인의 재성찰에 대한 앎

            VI. 正道에 대한  ․ 벗어나고자 함에 대한 앎

              안목의 정화  ․ 厭離에 대한 앎

                              ․ 위태로움에 대한 앎

                              ․ 두려움에 대한 앎

                              ․ 소멸에 대한 앎

                  ⇧  ․ 생․멸에 대한 명료한 앎

                                    ⇧ ←10가지 유사열반체험의 극복

            V. 正․邪道를 구분하는 ․ 생․멸에 대한 피상적인 앎

               안목의 정화  ․ 삼법인에 대한 앎

                  ⇧   ⇧

            IV. 의심의 정화  ․ 조건을 파악하는 앎

                  ⇧                 ⇧

            III. 견해의 정화  ․ 정신과 육체의 현상을 구별하는 앎

                              ꀵ 

                             慧     ․ 찰나삼매: 순수 위빠싸나 수행자

                                                     (신․수․심․법)


                                         

              戒         定   사마타 수행자

                ꀵ       ꀵ      (40가지 수행주제)


            I. 생활의 정화    II. 마음의 정화

           ․ 근본계목 준수          ․ 근접삼매  1욕계선

            ․ 오감의 지킴          ․ 몰입삼매  4색계선

           ․ 정법에 따른 올바른 생활      4무색정

              ․ 검소한 생활

 


III. 주석문헌의『대념처경』에 대한 해석


이 장에서는 위빠싸나 수행과『대념처경』과의 관련성을 알아보고 실제 수행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한 주석서의 해석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위빠싸나 수행 센터에서는 이『대념처경』에 근거해서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특히 마하시와 고엔카는 자신들의 독특한 수행체계 속에서 이 경에 대한  해석을 하고 있다. 고엔카는 위빠싸나 수행이 바로 염처(Satipaṭṭhāna)수행이고, 염처 수행이 곧 위빠싸나 수행이다.”17)라고 말한다. 마하시도 이 점에 있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Satipaṭṭhāna Vipassana라는 그의 수행 지침서들의 제목에도18) 잘 드러나 있다. 물론『청정도론』과 팔리 주석문헌 중에 나오는 ‘찰나삼매를 통한 순수 위빠싸나’를 중심으로 체계화되었다는 것과 그 외의 다른 몇가지 점에서 마하시와 고엔카의 수행법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대념처경』의 주석서 입장은 무엇인가? 경전에도 주석서에도 “염처가 위빠싸나 이다“라는 직접적인 구절은 없다. 단지 주석서에는 염처의 내용을 위빠싸나 수행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주장들을 대체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하지만 주석서는 신념처의 입출식념(入出息念 ānāpānasati)을 해석하는데 있어, 호흡관을 통해 바로 위빠싸나로 들어가는 방법, 호흡선정 수행을 통해 사선(四禪)을 거쳐 위빠싸나 수행을 하는 방법 가운데 후자를 중심으로 주석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한정된 지면 관계상 자세히 논의 할 수는 없지만, 신념처의 입출식념, 수념처에 대한 해석의 범위 내에서 실제 수련과 관련된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이 문제의 논의에 앞서 먼저『대념처경』서론에 나오는 이 경의 핵심이면서 모든 불교 수행의 요체라고 생각되는 구절에 대한 주석서의 해석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대념처경』서론에 대한 해석
 

앞에서『대념처경』의 구조를 정리하면서 살펴보았듯이 서론에서 사념처 수행이야말로 슬픔과 괴로움을 떠나 영원한 행복의 세계인 열반에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념처의 핵심을 나타내는 정형구가 각 염처마다 한번씩 반복되는데 이는 사념처 수행 뿐 만 아니라 불교수행의 요체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경문을 인용하고 주석서의 해석을 살펴보자.


4념처, 네 가지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여기에 한 비구가 명료한 알아차림(sampajāna)과 마음챙김을 지니고(satimā) 세간에 대한 탐착과 혐오를 벗어나 열심히 몸에서 몸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며 지낸다. 그는 감각에서 감각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며....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며.... 법에서 법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며 지낸다.19)       


위의 경문에서 보는 것처럼, 염처 수행의 기본 대상은 신·수·심·법의 4념처이며, 이 염처 수행법의 기본도구는 “지혜를 수반한 명료한 알아차림과 마음챙김”이다. 이 지혜라는 도구를 통해 수행자는 그 어느 현상에 대해서도 탐착과 혐오의 분별심(vineyya loke abhijjhā domanassaṃ)을 일으키지 않고 관찰하는 수행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다. 수행의 대상인 신·수·심·법을 한 문장 안에서 2번씩(예: 몸에서 몸을... 등등) 반복한 이유는 대상을 결정하여 분리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서든지 탐착이나 혐오의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대상화하라는 의미이다. 또한 주석서는 명료한 알아차림과 함께 마음챙김, sati의 중요성과 항상성을 매우 강조한다.20) 마음챙김으로 대상을 붙잡은 후에 지혜로 관찰하므로 마음챙김이 전재되지 않고는 관찰수행이란 불가능함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loka는 몸 혹은 오취온을 나타내며, abhijjhā는 성적인 욕망(kāmacchanda), 그리고 domanassa는 악의(vyāpāda)를 의미하며 둘 다 극복되어야 할 강한 심적 방해(nīvaraṇa)라고 주해한다.21) 즉, domanassa는 혐오하고 괴로워하는 심적 요소(cetasika), 심리적 접촉에 의해서 발생하는 혐오스럽고 괴로운 감각(vedanā)이라고 되어 있다. 이 몸 혹은 오온이 자기 자신이라는 잘못된 자아관이 개입되어 마음에 반영되는 모든 현상에 대해서 좋음과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 둥으로 분별한다. 그 결과 좋은 것은 취하고 싫은 것은 멀리하려고 하는 정신적인 갈등 현상인 탐애와 거부의 분별의식이 수행의 삶을 방해한다고 보고 있다. 좋다 싫다는 이 분별심의 극복을 통해서 비로서 수행의 힘(bhāvanābala)이 증장된다고 한다. 이런 수행의 원리에 입각해서 자신의 근기와 성향에 맞게 사념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수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에 대한 주석서의 해석을 살펴보자.   

 


2. 수행자의 근기와 사념처 수행


『대념처경』 주석서는 사념처 수행을 어떤 특정한 순서에 의해서 닦아가야 한다고 보지 않고 각 수행자의 근기와 성향의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열반을 향해 방향만 정확히 맞추어져 있다면 사념처중에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그 결과는 같다고 말한다. 마치 동서남북 사방에 성문이 있는 도시에 어떤 성문을 통해서도 생산된 물건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것처럼, 신·수·심·법 중에서 어느 한 가지 염처 수행을 통해서도 수행의 최종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먼저 붓다고사가 이런 입장을 논증하기 위해 옛 주석서(Aṭṭhakathā)에서 인용한 비유를 직접 살펴보자.


열반은 도시에, 성문은 출세간적인 팔정도에, 그리고 동서남북 사방은 신·수·심·법에 비유할 수 있다. 동쪽에서 오는 사람은 동에서 생산된 물건을 가지고 동문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신념처의 수행자는 14가지 방법으로 신념처를 닦아서 신념처로 인해 형성된 성스러운 길[=팔정도]을 통해 동일한 열반(ekam nibbānam eva)으로 들어간다. 남쪽에서 오는 사람은..., 수념처의 수행자는 9가지 방법으로 수념처를 닦아서 수념처로 인해 형성된 성스러운 길을 통해 동일한 열반으로 들어간다. 서쪽에서 오는 사람은..., 심념처의 수행자는 16가지 방법으로 심념처를 닦아서 심념처로 인해 형성된 성스러운 길을 통해 동일한 열반으로 들어간다. 북쪽에서 오는 사람은..., 법념처의 수행자는 5가지 방법으로 법념처를 닦아서 법념처로 인해 형성된 성스러운 길을 통해 동일한 열반으로 들어간다.22)


여기서 주목해야 될 점은 신·수·심·법의 방향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팔정도라는 성문의 길을 통해야 동일한 열반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음이다. 즉 사념처는 팔정도로 귀결되며 팔정도는 열반에 이르는 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네 가지를 제시한 이유는 각각 다른 대상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며, 이 넷은 모두 하나에 의존하며 하나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염처는 오직 하나일 뿐이라고 주석서는 강조하고 있다.23)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사념처 수행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닦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 수행자의 근기와 성향에 맞추어 사념처 중의 한 가지를 선택해서 닦아야 된다고 한다. 붓다고사는 인간의 성향을 이성이 발달한 이론형(diṭṭhi carita)과 감성이 발달한 갈애형(taṇhā carita)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둔재와 영재로 구분하여 사념처의 수행 중에 어느 것이 적합한 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갈애형 둔재는 신념처, 갈애형 영재는 수념처, 이론형 둔재는 심념처, 그리고 이론형 영재는 법념처가 적합하다고 한다. 또한 사마타 수행자(止行者 Samathayānika)가 청청도(visuddhimagga)를 얻기 위해서는 둔재는 신념처를 영재는 수념처를 닦아야 하고, 위빠싸나 수행자(觀行者 Vipassanāyānika)가 청정도를 얻기 위해서는 둔재는 심념처를 영재는 법념처를 닦을 것을 권한다. 또한 대상에 대한 집착의 정도에 따라 사념처 수행을 각각 다르게 적용하기도 한다. 즉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수행자에게는 신념처를 닦도록 하여 몸은 부정한 것임을 깨닫게 하고, 즐거운 느낌에 천착되어 있는 수행자에게는 수념처를 닦도록 함으로써 느낌은 괴로운 것(苦 dukkha)임을 깨닫게 되고, 모든 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수행자에게는 심념처를 닦도록 하여 영원한 것이 아님을(無常 anicca) 깨닫게 하고, 마지막으로 자아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있는 수행자에게는 법념처를 닦도록 함으로써 자아라는 실체가 없음을(無我 anatta) 깨닫게 해야 된다고 말한다.24) 


이처럼 『대념처경』의 주석서에서는 사념처를 근기에 맞추어 수행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다양한 능력과 가능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능력의 유무만을 가지고 그 사람을 영재나 둔재라 평가할 수는 없다. 누구든지 잘 살펴보면 특정한 한두 가지 기질과 성격의 바탕 위에 다른 기질과 성격이 섞이는 경우도 있으며 삶의 특정한 시기와 주변의 환경 또는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서 어떤 특정한 기질과 성격이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 기질과 성격조차고 고정 불변한 것은 아니다. 매 순간 상황에 따라서 변하기도 하고 연령에 따라서 변하기도 하는 등 사람의 성격은 다차원적으로 형성된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이 유기적으로 복합되어 개개인의 특정한 근기나 개성을 형성한다. 이와 같은 종합적이고 세심한 판단을 통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근기 또는 성격을 파악하여 수행을 지도하면 그 유효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념처 수행 뿐 만 아니라 모든 불교 수행에 있어서 눈 밝은 선지식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붓다는 수행을 지도할 때 반드시 수행하는 사람의 기질, 성격, 또는 근기를 먼저 파악한 후에 해당 근기에 적합하게 수행을 지도했다. 초기 경전을 살펴보면 붓다는 대기설법의 달인이었다.25) 


위의 주석서가 제시한 수행자의 근기나 성향을 파악하는 방법이 단순하고 조금 도식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수행자의 근기를 알아 적절한 수행지도를 해야 한다는 점은 현대의 수행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념처의 차제적인 수행이 아닌 선택적인 수행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은 수념처 만으로 최고의 수행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고엔카의 수행전통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실제 위빠싸나 수행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 가운데 먼저 신념처의 입출식념에 대한 해석을 살펴보자.
 

 

3. 신념처의 입출식념에 대한 해석


신념처의 첫 수행법은 입출식념(ānāpānasati), 즉 호흡관법(呼吸觀法)이다. 들숨과 날숨을 마음챙김의 대상, 즉 sati의 기준점으로 하여 몸과 마음의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如實智見 yatāhbhūta ñāṇadassana)해 가는 잘 알려진 수행법이다.26) 이 행법은 『염신경』(念身經 Kāyagatāsati Sutta)을 비롯한 염처계통의 경전 뿐 만 아니라,27) 『호흡관법경』(Ānāpānasati Sutta)에도28)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수행의 전통에 따라 이 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다. 여기서는 실제 수행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 중에서 다음 4 가지에 대해서만 주석문헌들의 해석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어디에 sati의 기준점을 둘 것인가?

2) 호흡의 心像(ānāpāna nimitta)은 호흡관법 수행에 필수적인가?

3) 온몸인가 호흡 전체인가?

4) 다른 사람의 호흡을 관찰함이란?    


1) 어디에 sati의 기준점을 둘 것인가?


들숨과 날숨을 관(觀)할 때 어디에 기준점을 둘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경전은 이에 대해서 parimukhaṃ satiṃ upaṭṭhapetvā 라는 어구로 표현하고 있다.29)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 어구를 이해하는데 satiṃ upaṭṭhapetvā(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한다면, 여기서 해석이 곤란한 것은 parimukhaṃ이다. 먼저 팔리어의 어원을 분석해보면 pari+mukha인데 pari는 '~의 주위에'의 뜻을 가진 접두어이며, mukha는 얼굴, 입, 입구(entrance), 전면(front)이란 다양한 뜻을 가진 명사이다. 따라서 신체의 어떤 특정 부위를 나타낸다면 '얼굴 주위에' ‘입 주위에'라는 의미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일반적인 의미로 쓰였을 경우 ‘~을 향하여’ ‘전면에’라는 부사어구로 해석할 수 있다. 위 어구의 전체적인 의미는 '얼굴(혹은 입) 주위에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 또는 ‘전면에(혹은 ‘현전하는 대상에’)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단어이므로 이에 대한 주석가들의 의견도 다양하다. 


초기 아비담마 논서인 위방가(Vibhaṅga)에서 ‘코끝(nāsikagga)이나 윗입술(mukhanimitta-문자그대로, 입의 표시)에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로 주해하고 있다.30) 여기서 mukhanimitta를 윗입술로 번역한 것은 위방가 주석서(Sammohavinodanī)의 해석에 따른 것이다. 이 주석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mukhanimitta란 “콧바람이 닿는 윗입술의 한가운데”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풀이한다.31) 또 다른 해석은 pari를 파악함(pariggaha)으로,  mukha를 출리(出離 niyyāna), 즉 해탈의 뜻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출구란 뜻을 부각시켜 상징적 뜻을 취한 것으로 ‘출리(해탈의 길)를 파악하게 하는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란 의미이다. 이것은 빠띠삼비다막가(Paṭisambhidāmagga)의 해석을 따른 것으로 주석서는 이 의미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주석서들에 나오는 가장 일반적인 주해는 관찰 혹은 집중의 대상에 대한 (kammaṭṭhānābhimukha) sati로 보는 것이다.32) 여기서 주목할 것은 parimukha를 ‘코나 얼굴 주위’가 아닌  abhimukha라는 부사어로 해석했다는 점이다.33) 이 sati의 대상은 어떤 특정부위가 아니라 수행자가 닦고 있는 행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sati의 대상이 선정의 성취를 목적으로 한 호흡이라면, 코 주위에 관찰되는 호흡이겠지만, 만약에  마음의 상태나 몸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위빠싸나의 행법을 닦고 있다면 parimukha는 꼭 코 주위나 어느 특정부위에 한정된 곳을 지칭하는 말이 될 수 없다. 신념처 가운데 동작에 대한 마음챙김을 예로 들면 걸을 때와 앉아 있을 때의 sati를 적용시키는 영역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밖에 수념처나 심념처 등도 마찬가지로 sati의 영역은 수시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위의 해석들에서 보는 것처럼,  위빠싸나의 행법에 있어서 sati의 영역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사마타의 행법으로써 호흡관법을 행할 때는 parimukha의 해석에 따른 sati의 영역과 기준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옛 주석가들 뿐 만이 아니라 현대의 남방 수행 지도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고엔카의 10일 코스 중에 위빠싸나의 준비과정으로써 3일간의 사마타 호흡관법 수행을 한다. 물론 선정을 얻기 위한 행법이 아니라 감각 관법 수행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단계 마다 sati의 기준점과 영역이 달라진다. 첫 단계에는 기준점을 콧구멍 입구와 그 내부에 드나드는 호흡, 둘째 단계에는 콧구멍 입구와 그 내부나 윗입술 부위의 호흡에 의한 감촉(touching)을, 셋째 단계에는 콧구멍의 양 측면을 변으로 하고 윗입술을 밑변으로 한 삼각형 부분에서 일어나는 감각(vedanā)을 관찰한다. 나머지 단계에서는 관찰 부위를 확대하여 몸 전체의 감각을 머리 끝 정수리에서 발가락 끝까지 순서대로 관찰해 간다. 즉 sati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그 기준점도 호흡→감촉→감각으로 바꾸어짐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파옥(Pa-Auk)의 호흡관법 수행은 사마타를 통한 선정의 성취 후에 위빠싸나로 전향하는 체계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sati의 영역과 그 기준점이 어느 단계까지는 거의 일정하다. 오히려 기준점과 영역을 바꾸면 삼매의 성취에 지장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 파옥은 콧구멍 주위나 코 바로 아랫부분에 스치는 호흡을 sati의 영역과 기준점으로 하라고 한다. 들숨 날숨을 따라다니므로 해서 정해진 영역을 이탈해서는 안된다. 오로지 호흡만을 대상으로 삼을 뿐 그 이외의 일반적 현상(3법인)이나 개별적인 특성(차고 덥고 부드럽고 거친 등등의 감촉이나 느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지 말아야한다. 이 같이 파옥은 먼저 사마타 수행을 통해서 선정을 성취한 후에 위빠싸나를 닦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그 기법에 있어서 sati의 영역과 그 기준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sati의 기준점이 호흡이 되었을 때 호흡의 심상 (呼吸心像 ānāpāna nimitta, 이하 nimitta로 칭함)이 나타나고, 그 다음단계에서 호흡과 nimitta가 하나가 될 때 비로서 호흡에서 nimitta로 기준점을 바꾸게 된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논의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  


경전에 나오는 이 문제의 구절 ‘전면에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는 붓다가 수행법을 가르칠 때 항상 서두에 나오는 어구인데 주석문헌의 해석은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일반적으로 ‘관찰 혹은 집중의 대상에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로 해석된다. 2) 호흡관법처럼 어떤 특정한 행법의 맥락에서는 코 주위(콧바람이 닿는 콧구멍이나 윗입술)에 관찰되는 ‘호흡에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 의 뜻이다. 3)‘출리를 파악하게 하는 마음챙김을 확고히 하고’ 는 은유적으로 이 어구를 해석한 것이다. 다음은 팔리주석 문헌과 청정도론에 언급되는 호흡의 心像의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2) 호흡의 心像과 위빠싸나를 닦기 위한 사마타 행법


『대념처경』을 포함한 팔리 경전의 어디에도 호흡의 심상 즉 nimitta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팔리주석 문헌과 청정도론에는 40가지 사마타 수행주제 중에 첫 10가지 까시나(kasiṇa)와 호흡관법에 대한 설명에서 이를 중요한 개념으로 취급한다.34)『대념처경』주석서에도 선정의 성취와 관련해서 언급을 하고 있으며, 주석서의 방법에 따라 호흡관법을 수행할 경우 nimitta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호흡관법에 대한 경전들 자체의 방법을 따른다면 nimitta는 불필요한 개념이고 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수행상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관한 비판적 고찰은35) 이 한정된 지면에서 할 수 없으므로 문제의 핵심 만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Nimitta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어떤 물체나 호흡현상을 지속적으로 응시한 결과로 마음에 나타나는 그 물체나 현상의 모양(像)이다. 예를 들면, 적색이나 청색의 원반을 계속 응시하고 있은 후 그 물체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그것의 모양과 색이 마음속에 선명히 나타나는데 이것을 심상, 즉 nimitta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물체 자체의 상을 예비의 심상(parikamma nimitta), 물체를 치워도 마음에 나타나는 상을 획득된 심상(uggaha nimitta), 그리고 특정한 모양이나 색이 없어져 맑고 투명한 상을 대체된 심상(paṭibhāga nimitta)이라 한다.36) 호흡 자체는 기체이며 그 색과 모양은 유관으로 볼 수 없지만 호흡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어느 한 지점을 정하고 호흡을 계속 관찰하고 있으면 미세하고 깊어지면서 호흡의 상이 나타난다. 예비단계에선 회색빛, 획득단계에는 흰색빛, 그리고 대체의 단계에서는 투명하고 맑은 빛으로 된다.37) 이 단계에서 비로서 제1선에서 제4선까지의 선정에 들게 된다.『대념처경』의 주석서는 호흡의 심상의 상태에서 이 4가지 선정의 현상이 일어나며 출정 후에 위빠싸나로 들어가는 지(止)→관(觀) 차제의 수행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신념처 가운데 입출식념은 사마타(止) 수행을 위한 행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입출식념으로 4선정을 성취한 수행자는 2가지 방법으로 위빠싸나로 전향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제4선의 상태에서 출정하여 바로 호흡을 구성하는 물질현상(rūpadhamma)의 무상ㆍ고ㆍ무아를 관찰 하는 것이다. 이 행법을 따르는 수행자를 호흡 관행자(呼吸 觀行者 assāsapassāsa kammika)라 한다. 두 번째는 제4선의 출정 후에 다시 제1선으로 들어가 정신현상(arūpadhamma)인 5가지 선지(禪支 jhānaṅga)와 함께 일어나는 심리현상의 무상ㆍ고ㆍ무아를 관찰하는 것인데, 이를 선정 관행자(禪定 觀行者 jhāna kammika)라 한다.38) 


이처럼『대념처경』의 주석서는 신념처의 입출식염을 위빠싸나를 닦기 위한 사마타 행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온몸인가 호흡 전체인가?


신념처의 입출식염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또 한 가지 해석의 차이점을 보이는 곳은 ‘sabbakāyapaṭisaṃvedī’이다. 이 어구에서 kāya는 원래 모임, 쌓임, 그룹이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신체라는 말로 주로 쓰인다. 수행의 맥락에서 사용될 때 kāya는 3가지의 다른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호흡의 몸(assāsapassāsa kāya), 둘째는 지수화풍 사대로 형성된 신체(karaja 즉 rūpa kāya), 셋째는 정신적 현상들의 그룹(nāma kāya)이다.『청정도론』은 sabbakāya를 호흡의 시작과 중간과 끝인 ‘호흡의 온 몸’이라고 해석한다.39) 현대의 남방선지식들은 대부분 위의 전통적인 주석을 따르고 있지만 고엔카는 이 어구를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40) 위의 3가지의 뜻 가운데 신체라는 의미를 취하여 kāya를 그냥 신체적인 몸으로 해석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고엔카는 선정을 얻기 위한 행법으로써가 아니라 위빠싸나의 준비과정으로 호흡관법 수행을 한다. 그러므로 관심의 초점은 호흡 자체가 아닌 호흡 현상 때문에 나타나는 감각이다. 코와 윗입술의 삼각형 부분을 관찰할 때부터 이미 호흡이 아닌 감각을 대상으로 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몸 전체의 감각을 관찰하도록 하기 때문에 sabbakāya를 ‘호흡 전체’ 보다는 ‘몸 전체’로 해석하는 것이 고엔카 수행체계 속에서 볼 때 더 일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41) 그러나 전통적인 주석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마하시 계통의 스승들은 전통적인 주석에 따라 sabbakāya를 ‘호흡 전체’로 보고 있지만 아랫배의 일어남과 가라앉음에 관찰의 일차적인 초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42) 파옥은 주석서의 해석을 가장 충실히 받아들이고 있는데, 호흡 전체를 관한다고 해서 호흡의 경로를 따라 다니면 안되며, 오직 호흡이 닿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이 점에 스쳐가는 호흡 전체를 관찰해야 됨을 강조한다.43) 


4) 다른 사람의 호흡을 관찰함이란?


또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은 ‘밖으로(bahiddhā)’란 말의 뜻에 대해서이다. 먼저 경전의 정형구를 인용해본다.


이와 같이 그는 안으로(ajjhattam)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지내고, 밖으로(bahiddhā)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지낸다. 또한 안팎으로 몸에서 몸을 관찰하면서 지낸다.44) 


모든 불교 전통 수행의 공통되는 기본 원리들 중에 하나는 밖으로 향해 있는 마음의 방향을 안으로 돌려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성찰하는 것이다. 다섯 감각 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들은 의근(意根)이라고 하는 제 6의 인식 기관에 의해서 내면화된다. 불교 관법수행의 요령은 오감을 통해서 밖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sati로써 다스리고 이미 입력된 안에 있는 정보들도 더 이상 번뇌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sati로 관조하는 것이다. 위의 인용구는『대념처경』에서 21번 반복되며, ‘안으로, 밖으로, 안팎으로’ 는 이 경에 나오는 사념처의 모든 행법에 적용됨을 알 수 있다. 행법의 기본 원리는 바깥 경계와 그것이 반영된 내면의식, 또한 바깥 경계가 차단된 상태의 순수한 내면의식까지도 철저히 대상화하여 관찰하라는 포괄성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대념처경』주석서에 의하면, ajjhattaṃ을 ‘자신의’로, bahiddhā를 ‘다른 이의’로 해석하고 있다. 즉 자신의 몸에서 호흡 전체를 관하고, 다른 사람의 몸에서도 호흡 전체를 관한다는 것이다.45) 이런 해석은 호흡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몸의 움직임, 감각, 마음, 법에 이르기까지 사념처 전체에 걸쳐 적용된다. 수행의 대상이 자신과 다른 이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다. 파옥은 몸에 관한 부분을 예로 들어, 우리는 흔히 나 자신의 몸에 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나 아내와 남편 등 가까운 친족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다른 이의 몸도 역시 무상함을 관해야한다고 설명한다.46) 마하시 계통의 선지식인 실라난다(Silananda)도 주석서의 해석을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의 몸을 고의로 직접 보면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 호흡이나 몸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처럼 그냥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현상도 무상한 것으로 관찰하는 것이라고 한다.47) 그러나 고엔카는 위와 같은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어떤 현상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이 아니라 상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ajjhattaṃ을 내 몸의 내부, bahiddhā를 내 몸의 표면이라고48)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견해들이 이 문제의 서두에 제시한 관법수행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 해석일까? 안팎으로 모두 꼼꼼히 포괄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라는 포괄성을 나타내는 정형화된 표현을 너무 문자에 맞추어 구체적인 말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신념처의 입출식념에 대한 해석 중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한 주석서의 해석과 함께 이에 대한 현대의 남방 선지식들의 견해를 간단히 알아보았다. 다음에는 수념처에 대한 해석을 보도록 하자.

 


4. 수념처에 대한 해석


오온에 대한 관찰 중에서 신념처에 해당하는 몸(色 rūpa)의 관찰을 제외하면, vedanā의 관찰이 가장 직접적이고 선명하다고 한다.『염처경』주석서에 의하면, 접촉(phassa)이나 마음(citta)의 관찰 보다는 감각 혹은 느낌을 관찰하는 것이 쉬우며, 이런 점에서 붓다가 vedanā 관법을 먼저 설했음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그렇지만 세존께서 정신영역(arūpa)을 대상으로 한 관찰을 설하심에 있어 vedanā를 통해서 말씀하셨다. 접촉(phassa)이나 마음(citta)을 통해서 말씀하시면 직접적(pākaṭa)이지 않고 모호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vedanā를 통하면 직접적이다. 왜 그럴까? 감각들은 직접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좋고 싫은 감각들의 일어남은 아주 직접적이다. ..... 이처럼 세존께서는 먼저 물질 영역(rūpa)을 대상으로 한 관찰을 설하시고 나서, 정신영역을 대상으로 한 관찰에 있어서는 특히 vedanā를 통해서 말씀하신 것이다.49)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어떤 정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如實智見) 가장 직접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이 수념처임을 강조하고 있다. 접촉(phassa)이나 마음(citta)이 직접적이지 않고 명료하지 않다는 말은 12연기에서 볼 때 phassa는  vedanā가 일어나기 직전의 심리현상이다. 즉 6근과 6경이 만날 때 6식이 일어남을 phassa라고 한다. 또한 citta는 vedanā의 직후에 일어나는데 탐애(貪愛 taṇhā)와 혐오 등의 심리현상이다(觸→受→愛). 어떤 현상에 대한 좋다 싫다의 가치판단이 phassa의 단계에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료하지 않고, citta, 즉 탐애의 단계에서는 이미 구체화되어 버린 상태이기에 바로 연이어 집착이 일어난다. 이 집착(upadāna)으로 인하여 有→生→老病死 등 갖가지 고통이 다 일어나게 된다. 이런 상태로 진행되기 이전이 vedanā인데, 이 vedanā의 관찰이 無常, 苦, 無我라는 존재의 실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주석서의 해석은 vedanā를 위빠싸나 수행의 주 관찰 대상으로 가르치는 고엔카 입장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대념처경』결론에 대한 해석을 살펴 보자.  
 

 

5. 사념처 수행의 기간과 보편성


『대념처경』은 마지막으로 사념처 수행을 통해서 열반을 얻을 수 있는 수행 기간과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구라도 이 4념처를 이와 같이 바르게 7년간 수행한다면, 두 가지 결실 중 어느 한 가지 결실이라도 얻을 수 있다. 이 현생에 아라한이 되든지, 아직 집착이 남아있다면 아나함이 될 것이다."50) 사실 이것은 길게 잡아 7년이지 짧게는 7일 간만이라도 바르게 수행하면 염처 수행에 의한 깨침을 보증하고 있다. 7년간의 긴 기간과 7일이라는 짧은 기간의 차이는 수행자 개개인의 능력이나 근기의 차이에 있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주석서는 이에 대하여 보통의 근기를 가진 수행자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정말 근기가 수승한 수행자라면 “아침에 가르침을 듣고 저녁에 깨치든지, 아니면 저녁에 듣고 그 다음 날 아침에 깨칠 수도 있다.”고 수행의 신속성을 강조한다.51) 또한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사념처 수행을 이 경의 가르침대로 실천 한다면 전문 수행인인 비구 비구니들은 물론이고 우바세 우바이들까지도 모두 깨침을 얻게 된다고 한다.52) 이처럼 염처 수행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현재의 수행인들이 얼마나 신속히 수행을 성취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대의 남방 선지식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원력으로 주석서에서 말하는 수행의 보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승려들 보다는 일반 불자들이 위빠싸나 수행운동(Vipassanā Movement)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한국에도 이 수행법이 재가자들 사이에 신속히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IV. 맺음말   


지금까지 옛 주석가들이『대념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했는지를 알아보았다. 특히 현재 위빠싸나 수행자들 사이에 자주 거론되는 문제들에 대한 주석서의 입장을 정리하였다. 신념처의 입출식념에 대한 해석에서 보았듯이 parimukha와 같이 모호한 단어는 옛 주석가들도 역시 다양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사마타 수행의 입장에서는 코나 얼굴 등의 특정부위를 지칭하는 특수한 의미로, 위빠싸나 수행의 입장에서는 현전하는 어떤 현상에 대해서도 sati를 유지해야한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였다. 또한 주석서는 입출식념을 사마타와 위빠싸나 차제 수행의 입장에서 보았으며, 비판의 소지가 있는 호흡심상, 즉 nimitta에 대해서도 주석서는 이를 호흡관법의 중요한 개념으로 취급한다. 현재에 이런 주석서의 체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은 파옥의 사마타 수행법인데 삼매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꼭 nimitta를 얻어야 한다. 또한 온몸이 아니라 호흡 전체를 관찰하는 것이며,  안과 밖 즉, ajjhattaṃ과 bahiddhā는 나의 호흡과 다른 이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수행의 대상을 자신과 다른 이로 나누어 봄은 문자 그대로의 뜻을 적용한 결과이며 이런 이분법적인 해석은 아무래도 수행의 기본원리에서 벗어난 해석이라 생각된다. 주석서의 수념처 해석이 고엔카의 견해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고엔카 수행법이 마하시 수행법과 함께 현대 위빠싸나 수행운동을 주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는 vedanā 관찰 중심의 일관성, 방법의 간편성과 체계성이 현대인들의 성향과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외의 다른 문제들에 대한 고엔카의 경전 해석은 주석서의 입장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념처 수행의 순서와 근기에 관한 주석서의 해석은 근기 설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수행법 자체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이 자신의 성향과 기질에 맞는가에 따라 수행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사념처는 도시로 들어가는 4개의 성문과 같아서 어느 문으로 들어가더라도 8정도의 길을 따라가야 하며, 그 길을 통해서 들어가노라면 괴로움의 해탈 열반이라고 하는 하나의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념처는 신→수→심→법이라는 평면적인 순서로 수행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옛 주석 문헌을 연구하는 것은 경전을 좀 더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바른 경전 이해는 정견을 확립시켜주고, 정견은 수행의 바른 방향성을 설정해준다. 수행법에 대한 주석문헌의 해석은 이런 정견이라는 잣대로 가름해보아 어긋남이 없을 때, 실 수행에 적용해 검증을 거쳐야 한다. 만약 지혜와 자비의 실천에 근거한 팔정도의 수행 원리에서 벗어나 있거나 부합되지 않을 때 그 해석은 시대와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입혀진 문화적인 옷이라고 생각해 일단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석문헌에서 이런 옛 시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선인들의 견해를 참조하는 일은 옛 것을 배워 지금 여기에 새롭게 계승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이것은 창조적인 작업이며 한국 불교의 수행이론과 실제를 재정립하는데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위빠싸나 수행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수행운동이 앞으로 한국의 수행문화 풍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것이 기존의 수행 전통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한국 불교의 수행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본 논문과 같은 옛 주석의 연구를 토대로 현대 성행하고 있는 남방 상좌불교의 수행법과의 자세한 비교연구, 다른 초기 부파불교의 수행문헌의 연구를 통한 초기 부파불교 수행법의 변천사를 정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연구 과제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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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irvana
글쓴이 : 무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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